| 자택 공사에 회사 돈을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양호(가운데) 한진그룹 회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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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훈 권오석 기자] 회사 자금을 자택 인테리어 공사에 유용한 의혹을 받는 조양호(68) 한진그룹 회장이 19일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대기업 총수가 경찰에 소환된 건 지난 2007년 보복 폭행 사건에 연루된 김승연 한화 회장 이후 10년 만이다.
이날 오전 9시 57분쯤 변호인단과 함께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청사에 도착한 조 회장은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감색 양복 차림에 굳은 표정으로 나타난 조 회장은 ‘회사 자금이 자택 인테리어 비용으로 들어간 사실을 알고 있었나’ ‘회사 자금 유용을 직접 지시했는가’ 등 쏟아지는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지 않겠다”고 말한 뒤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조 회장은 2013년 5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한진그룹이 인천 영종도에 세운 그랜드 하얏트 호텔 신관 인테리어 공사 기간에 맞춰 서울 평창동 자택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한 뒤 그 비용을 호텔 공사 비용으로 꾸며 회사에 떠넘긴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를 받는다. 조 회장 자택 인테리어 공사를 맡은 업체는 공사 비용을 조 회장이 아닌 영종도 호텔 쪽에 청구했다.
경찰은 인테리어 공사 업체의 세무비리 수사 과정에서 대한항공 회삿돈 일부가 자택 공사비로 쓰인 정황을 포착하고 조 회장에게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은 이튿날 25일 오전 10시에 각각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그러나 조 회장 부부 측 변호인이 조 회장의 건강 악화에 따른 신병치료차, 이 이사장은 조 회장 간호를 이유로 미국에 머무르고 있어 출석이 어렵다는 뜻을 전해 와 한 차례 출석을 연기한 바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조 회장을 상대로 회삿돈으로 자택 공사대금을 지출한 사실을 인지했는지, 자금 유용을 직접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사실이 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또 조 회장 조사가 끝나면 이 이사장 소환 조사가 필요한지도 검토할 방침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 7월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같은 달 16일 자금 유용에 핵심 역할을 한 인물로 지목된 한진그룹 건설 부문 고문 김모(73)씨를 구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