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산 국방에 맡긴 김용철옹 별세, 남긴 말이 "빈소는 차리지 말게"

  • 등록 2013-03-19 오후 7:47:05

    수정 2013-03-19 오후 8:37:40

지난 2011년 1월 국방과학연구소 명예연구위원회 위촉된 故 김용철 옹(왼쪽)이 활짝 웃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최선 기자] “내가 죽더라도 빈소는 차리지 말아주게….”

지난 2010년 평생 모은 100억원 가까운 재산을 국가안보를 위해 써달라며 쾌척했던 김용철 옹이 지난 18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2세.

고인의 한 측근은 “‘자신의 죽음을 알리지 말아달라’는 고인의 뜻에 따라 빈소는 차리지 않고, 조촐한 분양소에 모시고 있다”면서 “그 분이 기부한 돈으로 지어진 국방과학기술연구소 친환경 신물질 연구센터에 분양소가 마련됐다”고 전했다.

고인은 1950년대 수자원공사의 전신인 대한수리조합에서 20여년 동안 근무했다. 이후 전남 광주에서 중소섬유공장을 운영했고, 공장을 정리하면서 토지보상금을 받아 거액의 재산을 일궈 냈다.

‘부자’였지만 그는 생전에 사치하지 않는 검소한 생활로 유명했다. 양복 한 벌과 다 닳은 와이셔츠, 구두 한 켤레만으로도 사계절을 났다. 1만원 이상의 식사는 거의 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근검했다. 평생 모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생각으로 학교나 재단 설립을 고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2010년 3월 백령도 근처 해상에서 대한민국 초계함인 PCC-722 천안함이 침몰한 사건이 발생하자 그 고심을 실행에 옮겼다. 국가안보가 우선이라는 생각에 국방분야에 전 재산을 기부했던 것이다.

그가 기부한 금액은 국방부로 전달돼 국방과학연구소 내 친환경 신물질 연구센터 건립에 쓰였다. 이 센터는 국방분야 최초 민간 기부금으로 건축됐다. 센터는 고에너지 물질, 저탄소 연료전지 등 첨단 신물질을 연구개발해 신무기에 적용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데 이용된다.

고인은 당시 전 재산을 기부하면서도 충분치 못한 기부금을 못내 아쉬워했다. 그는 “기부금이 충분치 않아 지속적인 연구를 위해서는 국방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연내에 기부금을 집행해주고 연구센터 건설을 완료해달라”고 당부했다. 청와대는 그의 뜻을 높이 사 2011년 국민추천 훈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고인은 지난해에도 국방과학기술연구소 행사 등에 초청돼 “강군이 있어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축사를 하는 등 활발히 활동해 왔다. 하지만 최근 병세가 악화되면서 경기도 용인의 한 실버타운에서 거주하며 치료를 받아왔다.

그의 타계소식을 접한 노대래 전 방위사업청장도 그의 의로운 죽음을 기렸다. 노 전 청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용철 옹과의 점심은 영원히 어렵게 됐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100억원을 쾌척하면서도 본인의 장례식은 빈소도 못 차리게 하신 모양이다”고 했다. 고인의 빈소에는 노 전 청장의 조화가 전해질 공간 조차 없었다.

노 전 청장은 이어 “국가안보 무감증 사회에서 커다란 귀감이 되시는 분”이라며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이 글을 접한 이들도 고인의 명복을 비는 댓글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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