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독과점 정도 미국의 2배

외환위기 이후 급상승..부도 및 기업결합 급증 영향
물가상승 부추기고 생산 줄여
  • 등록 2004-06-11 오후 6:53:19

    수정 2004-06-11 오후 6:53:19

[edaily 강종구기자] 외환위기 이후 국내 제조업의 독과점 정도가 급속도로 높아져 미국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도 급증으로 퇴출기업이 대거 늘어난데다 인수나 합병으로 인한 기업결합도 확대됐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경제의 주력산업인 자동차, 반도체 등의 독과점 정도가 심했다. 또한 기초소재업종에서도 성장기여도가 높은 1차금속의 집중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독과점이 심화되면서 경제에도 적지않은 악영향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상승을 유발하고 생산은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 시장집중도 97년이후 급상승..부도 및 M&A 급증 탓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의 시장집중도, 즉, 소수 기업의 시장지배정도를 나타내는 허쉬만-허핀달지수(HHI)는 지난 2001년 151.2을 기록해 미국의 약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HHI지수는 미국에서 특정회사간 인수 합병이 해당 부문의 경쟁을 저해하는 지를 판단하는 근거로 이용하는 지수. 개별기관의 시장점유율(%)을 제곱한 후 합산한 값이 100이상이면 "집중", 180이상이면 "집중"으로 판단된다. 국내 제조업의 집중도는 90년대 시장개방 이후 하락하는 추세였으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급격하게 높아졌다. 각 업종의 집중도를 단순평균한 지수가 96년 166.5에서 97년 179.4 98년 190.5로 3년 연속 오른 것. 김승원 과장은 "1990년 4000여건이던 부도업체수가 96~98년 3년동안 5만건이 넘었고 98년 한해에 2만2000건에 달했다"며 "기업결합도 97년 이전 400건 미만이던 것이 600~700건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 주력산업일수록 독과점 심화..자동차산업 거의 "과점" 특히 출하액이 많은 국내 주력산업의 집중도는 공정한 경쟁이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가 속한 자동차용엔진 및 자동차제조업의 경우 97년 269.9에서 404.3으로 껑충 뛰었다. 한은 조사국 김승원 과장은 "지수가 500이면 2개 기업이 시장을 양분하는 과점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속한 반도체 및 기타 전자부품제조업의 경우에도 259.8에서 308.5로 집중도가 높아졌다. 3개 기업이 시장을 완전히 지배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기초소재업종에서는 정유사들이 포진한 석유정제업이 여전히 집중도가 높은 편이나 정도는 다소 완화됐다. HHI가 97년 242에서 2001년 235.7로 소폭 하락한 것. 1차금속의 경우에도 외환위기 당시 집중도가 급증해 250수준이다. 주요산업의 독과점정도가 강해지면서 출하액 가중치를 적용하면 시장집중도는 훨씬 상승한다. 출하액기준 가중평균 집중도는 98년에는 188.0이었으나 99년 194.5로 단순평균 HHI를 추월했고 2001년 현재 182.1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단순평균 HHI는 99년 이후 하락했다. 김승원 과장은 "50개 산업중 출하액기준 3개 산업의 집중도가 97년에 비해 훨씬 높거나 비슷한 수준"이라며 "우리경제의 주력 성장산업인 전기전자와 운수장비의 독과점 정도가 심한 반면 정밀기기나 일반기계는 평균보다 집중도가 낮다"고 설명했다. ◇ 부작용 심각..물가상승률 높이고 생산은 줄여 독과점 심화가 생산과 물가에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장집중도와 생산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시장집중도의 추정계수는 -0.029. HHI가 10 증가할 경우 생산이 0.29%정도 감소하는 효과가 있는 셈. 김 과장은 "수치 자체는 추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그보다는 독과점 심화가 생산을 줄이는 효과가 분명히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생산자물가에 대한 시장집중도의 추정계수는 0.017로 추정됐다. 시장집중도가 10 증가할 경우 생산자물가가 0.17% 정도 상승함을 의미한다. 국내시장의 독과점정도가 높더라도 시장개방으로 외국기업들의 진출이나 신규기업 진출이 쉬울 경우부작용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립가공업이나 소비재업종 등 시장개방정도가 높거나 진입장벽이 낮은 업종의 경우 물가에 대한 추정계수는 0.009로 크게 떨어졌고 반대로 시장진입이 어렵거나 외국기업과의 경쟁이 없는 업종의 추정계수는 0.024로 평균보다 1.5배 높았다. 또한 생산과의 관계에서도 외국기업과 신규기업의 진입이 어려운 경우에는 생산감소효과가 평균보다 1.5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 특히 기초소재업의 생산감소효과는 제조업평균의 2배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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