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하이닉스, 노후 반도체장비 판매 중단…美 대중통제 고려"

FT, 소식통 인용해 보도
"'수출통제 우회' 美 반발우려…중고 판매 대신 창고 보관"
美전문가 "韓장비, 中공장 들어가…한미관계에 좋지 않을 것"
  • 등록 2024-03-12 오후 12:53:47

    수정 2024-03-12 오후 1:48:21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한국도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통제에 동참해달라는 미국의 압박이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수출통제 우려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노후 반도체 장비 판매를 중단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진=로이터)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중고 반도체 장비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고 반도체장비를 판매하는 대신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만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저장공간 문제로 일부 노후장비를 판매하곤 있지만 미국산 장비는 중고 판매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번 보도에 관한 논평을 거부했다.

과거 두 회사는 생산 공정을 고도화하면서 불필요하게 된 노후 반도체장비를 중고로 판매해 왔다. 가전제품과 자동차용 구형 반도체를 생산하는 중국 회사가 가장 큰 수요처였다. 하지만 2022년을 기점으로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통제가 강화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반도체장비 중국 판매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소그래피(반도체 원판에 회로를 새기는 공정) 장비 등은 10년 된 중고라도 보수를 거치면 미국이 민감해하는 첨단 반도체 생산에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이 수출 통제를 강화할 경우 중국 공장의 공정 수준을 낮춰야 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한국 반도체 업계가 중고 반도체장비를 보관하고 있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우리는 반도체 장비가 적절하지 않은 쪽에 넘어가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하는 걸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레고리 앨런 와드와니 AI·첨단기술센터 소장은 “삼성이나 SK하이닉스 장비가 중신궈지(SMIC)나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같은 제재 대상 중국 팹(반도체 제조시설)에 들어간다는 걸 한국도 안다”며 “이는 한·미 관계에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관계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러 수출 제한 조치도 노후 반도체장비 판매를 중단한 요인이라고 전했다. 한 중고 거래 관계자는 “일부 중국 바이어가 러시아가 반도체 장비를 판매하고 있어 미국 반발이 우려럽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은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강화를 위해 한국 등에 동참을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도 미국이 한국에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예비 부품의 중국 수출을 통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지난주 보도한 바 있다. 소식통들은 한·미 양국이 지난해 관련 대화를 시작해 지난달 논의를 구체화했다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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