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고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는 가운데 서울의 한 분양 아파트가 계약해지를 해도 조건 없이 계약금 전액을 돌려주는 출혈 마케팅에 나섰다.
|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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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일반분양한 서울 구로구 ‘천왕역 모아엘가’는 최근 계약금 절반과 중도금 전액 무이자 대출, 준공시점에 계약자가 원하면 무조건 분양 계약 취소 등의 조건을 추가로 내걸었다.
기존에는 중도금 40%까지 무이자 대출에, 계약시 한달 내 현금 3000만원 지원 조건을 내걸었는데,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자 추가 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분양가가 10억원이라면 10%인 계약금 1억원 중 건설사가 3000만원을 무상으로 지급하고, 5000만원은 무이자로 대출해주기 때문에 계약자가 내야할 돈은 2000만원이다. 이후 내야할 중도금 60%도 전액 무이자로 대출되기 때문에 준공 시까지 계약자가 추가로 낼 돈은 없다.
만약 준공 전 계약을 해지하면 총 5000만원을 돌려준다. 계약자가 낸 돈이 200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계약을 해지해도 3000만원을 주는 것이다.
천왕역 모아엘가는 총 440가구 중 140가구를 지난해 8월 일반분양했지만 실제 계약 체결은 11가구에 그쳤다. 전용면적 67㎡(11가구)의 분양가는 8억5000만원, 전용면적 84㎡(129가구) 분양가는 10억5000만원~10억8000만원대 수준이다.
분양 당시 분양가가 11억원 수준에 달해 고분양가 논란이 일면서 수분양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여러 차례 무순위청약을 시도했지만 여전히 100가구 남짓이 미계약 상태다. 이에 미분양 해소를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추가로 내걸었다.
건설사가 이같은 출혈 마케팅을 내걸은 것은 자금난 때문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계약자가 생겨야 해당 계약자 명의로 은행 대출이 실행되고, 그 돈으로 공사 등 사업비를 충당할 수 있는데 계약이 되지 않으면 사업 자체가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3000만원 지급과 중도금 무이자 등 마케팅 혜택만 보고 계약하기보다는 분양가나 회사의 자금 사정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