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노동력 로봇으로…美 산업용 로봇 주문 40%↑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구인난과 임금 상승 압박에 직면한 미국 기업들이 제조 현장에 로봇을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늘어나는 주문을 충당하기 위한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은 상항에서 계속해서 오르는 인건비 부담까지 고려한 결정이다.

로봇을 적용해 자동화된 미 보잉사의 생산공정. (사진= AFP)

미 첨단자동화협회(Association for Advancing Automation·A3)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기업들의 산업용 로봇 주문 총액은 16억달러(약 2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늘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반적으로 노동력이 풍부하고 임금이 안정된 미국의 제조업체들은 일부 선진국에 비해 산업현장 로봇 적용률이 떨어지는 편이다.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미국에서 근로자 1만명당 배치된 로봇 수는 한국, 일본, 독일에 적다.

미국 기업 경영진들의 로봇에 대한 태도가 바뀌게 된 계기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촉발한 노동력 부족과 임금 상승이었다고 WSJ은 덧붙였다.

조 몬타노 델폰 인더스트리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된 올해 1월 인력 부족으로 생산일수의 40%을 잃었다고 말했다. 반도체·의료기기·항공우주 부품 패키징을 전문으로 하는 이 회사는 결국 올해 초 3대의 로봇을 추가로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기계 부품 생산업체 어테나 매뉴팩처링의 존 뉴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거래업체들로부터 주문이 늘고 있지만, 교대근무를 실시할하기 위한 노동력을 확보하기 힘들었다”면서, 최근 1년 반 동안 7대의 로봇을 추가 구입했다고 했다. 이 회사는 로봇 도입에 80만달러(약 10억원) 이상을 썼다.

두 기업 모두 제조 공정에 로봇을 도입한 이후 늘어난 주문을 처리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델폰의 경우 생산성이 향상돼 인력을 늘리지 않고도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출하량이 15%씩 증가했다.

산업 현장에서 로봇을 채택하는 분야도 다양해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미국에서는 자동차 제조 공장에서 로봇을 활용하는 비율이 높았다. 2016년에는 로봇 주문의 71%가 자동차 조립이나 자동차 부품 생산업계였지만, 지난해에는 이 비중이 42%로 떨어졌다고 WSJ은 전했다. 대신 최근에는 식품과 소비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을 생산 공정에 투입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 활용이 확대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다론 아제모을루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 교수는 “로봇에 대한 제조업체들의 의존은 결국 노동력의 과잉 공급으로 연결돼 임금 삭감을 부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노동력 부족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많은 일자리를 파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