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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올 여름께 QT 가능성
5일(현지시간) 나온 지난해 12월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을 보면 다수 FOMC 위원들은 “첫 기준금리 인상 이후 어느 시점에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시작한 초완화 정책들(ultra-easy policies)은 더이상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준은 팬데믹 사태 이후 월 1200억달러의 채권을 사들이는 양적완화(QE)를 실시해 왔다. 이로 인해 연준 보유자산은 8조 7570억달러(약 1경 491조원·지난해 말 기준)까지 불어난 상태다. 팬데믹 직전인 2020년 2월 말 4조 1590억달러와 비교해 두 배 이상 커졌다. 역대 최대다.
연준은 현재 월 1200억달러의 QE 규모를 차츰 줄이는 테이퍼링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오는 3월께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채권 매입을 중단하더라도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을 다시 투자한다면 9조달러 가까운 대차대조표는 큰 변동이 없다. 긴축 효과가 미미할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연준이 채권 재투자에 나서지 않는다면 보유자산은 축소되고, 연준이 시중에 직접 푼 유동성은 줄어든다. 이는 QE와 대비한 용어로 QT, 다시 말해 대차대조표 축소라고 불린다.
QT 속도 역시 빨라질 전망이다. FOMC 위원들은 “2017년 당시 (통화정책) 정상화보다 빠른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QE 카드를 꺼냈고, 이에 따른 QT는 2017년 말 시작했다. 매우 점진적으로 했다는 뜻이다. 연준은 2017년 10월부터 분기마다 100억달러씩 QT를 진행했고, 차츰 그 규모를 확대했다. 이에 따라 2017년 말 4조 4490억달러였던 대차대조표는 2019년 9월께 3조 8450억달러까지 줄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최근 “대차대조표 조정 시기를 늦출 이유가 없다”며 “국내총생산(GDP)의 20%로 줄이는 걸 목표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8조달러대에서 4조~5조달러대로 자산 보유를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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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 불가 인플레에 결단한 듯
그렇다면 연준이 이처럼 매의 발톱을 든 이유는 무엇일까. 첫 손에 꼽히는 게 물가 폭등이다. 연준의 양대 책무는 물가 안정과 고용 안정인데, 이 가운데 물가가 통제 불가한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는 것이다. FOMC 참석자들은 “예상보다 인플레이션이 높고 지속적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 역시 가파른 긴축을 지지하고 있다. 다수 참석자들은 “고용시장이 완전 고용에 근접(close to full employment)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나온 ADP 전미고용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12월 민간 부문 고용은 80만7000명 증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37만5000명)를 두 배 이상 상회했다. 지난해 5월(88만2000명)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아울러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팬데믹 이전 수준인 주 20만건 안팎으로 내려와 있다. 고용 시장이 점차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긴축이 쉽지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사상 최고 수준인 뉴욕 증시 3대 지수를 비롯해 채권, 부동산, 원자재 등의 가격이 급등해 왔는데, 이를 급격히 되돌릴 수 있다는 우려다. 월가 한 금융사 펀드매니저는 “QT를 앞당기면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건 불가피하다”며 “경기 침체 우려까지 나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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