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성 전 경총회장 "친구여, 편히 가시게!"

  • 등록 2015-08-20 오후 1:48:47

    수정 2015-08-20 오후 1:48:47

20일 고 이맹희 명예회장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낭동 중인 김창성 전 회장 (사진=CJ그룹 제공)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마지막 가는 길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위원의 큰 형인 김창성 전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 추도했다.

김 전 회장은 20일 오전 8시 중구 필동 CJ인재원에서 진행된 영결식에서 “고인의 열정과 꿈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 같아 늘 안타까운 마음이었다”며 “가족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세간의 오해 또한 묵묵히 감내한 큰 그릇의 어른”이었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이맹희 명예회장과의 오랜 인연으로 이번 영결식 추도사를 읽게 됐다. 김 전 회장은 경총회장을 맡기 이전에도 아버지대부터 이맹희 명예회장과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성 대표도 전날 빈소를 찾아 “집안끼리 잘 아는 사이”라고 밝혔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영결식에는 범(汎)삼성가 일가친척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 정대철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등이 참석했다.

다음은 김창성 전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 낭독한 추도사 전문이다.

유가족분들과 CJ그룹 임직원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큰 슬픔과 아쉬움으로 함께 하신

조객 여러분

오늘 우리는

대한민국 경제계의 큰 별이신

이맹희 명예회장님께서 떠나시는 길에

마지막 인사를 전하기 위하여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3년 전 폐암 수술 이후

잘 극복해 내시리라 믿었는데,

마지막 인사 조차 할 기회 없이

이렇게 허망하게 고인을 보내야 하는 우리의 마음은

너무나도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생전의 호방하면서도 사람의 향기가 충만했던

고인의 모습이

벌써부터 그립습니다.

이제 영면의 길에 드신 고인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보내드리며

그 동안 잘 몰랐던

이맹희 명예회장님의 삶의 내력들을

여러분과 함께 되돌아보고자 합니다.

고인은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님의 곁에서

제일제당, 삼성전자, 삼성코닝,

삼성전관 등의 설립에 함께 하시면서

초기 삼성그룹의 성장에 크게 일조하셨습니다.

특히, 현재 CJ그룹의 근간이 된 제일제당의 출발을 이끄시면서 전후 피폐했던 우리 국민의 삶에

작은 보탬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셨습니다.

고인께서는

전량 수입에만 의존했던 설탕의 국내 생산을 위해

직접 설탕기계를 붙잡고 연구하시어

1953년 국내 최초로 설탕의 자체 생산을 이끄셨고

이는 곧 제일제당의 탄탄한 기틀이 되었습니다.

고인께서 1967년 설립한 제일제당의 김포공장은

현재 명실상부한 글로벌 넘버원 바이오 사업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호탕한 성품의 고인께서는 이런 굵직굵직한 일들을

과감하게 추진하면서도

대한민국 역사와 문화에 대한

애정과 세심함 또한 남다르셨습니다.

이러한 관심과 애정을 구체화하여

보문단지, 석굴암, 천마총 등

지금의 경주를 있게 한 수많은 사업에

기여하셨습니다.

또한 1968년 국립현충원 중건에 참여하셨는데,

당신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은 지금도

현충원 나무 한 그루, 한 그루,

꽃 한 송이, 한 송이마다 깃들어 있습니다

이와 같은 고인의 열정과 꿈이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오랫동안 곁에서 지켜봐 온 저로서는

늘 안타까운 마음이었습니다.

고인은 세간의 오해와 달리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을 평생 마음에 담고 살아온

마음 약한 아버지였습니다.

또한, 가족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고독한 삶을 자처하였고,

이런 삶이 불러올 세간의 오해 또한 묵묵히 감내한

큰 그릇의 어른이셨습니다.

고인은

당신에게 닥쳐온 병환의 아픔 보다

아들의 고통에 더 마음 아파하며

못난 아비의 탓이라고 자책하셨습니다

또한 선대회장님 생전에

화해하지 못한 죄스러운 마음을

평생 가슴에 품고 산

한 아버지의 아들이었습니다.

여러분

이제 저는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을 대신하여

마지막 작별 인사를 건네고자 합니다.

호방한 성품과 과감한 결단력을 겸비하였던 경영인,

가족들에게 한없이 미안한 마음을 간직하고

마지막 가는 순간까지 가슴 아파했던 아버지이자 아들,

그리고 항상 유쾌하고 격의 없이 친구들을 대했던

다정했던 나의 친구여

그 동안의 힘들었던 삶을 내려놓고

평안히 쉬십시오.

지금 이 자리에 충만한

당신을 향한 존경과 사랑의 마음이

마지막 가는 길을 편안히 지켜줄 것입니다.

친구여, 편히 가시게!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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