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삼성전자(005930)와 SK텔레콤(017670) 등 재벌사 대표 계열사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이들의 대규모 수익과 인력고용 상황이 친서민에 반한다는 식의 논리가 여과되지 않은 채 표출되면서 재계는 `반기업 정서` 확산에 강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반발의 표현도 거칠어졌다. 정부에게 책임이 있는 양극화의 원인을 대기업에 돌리는 행태에 대해서는 `정치공학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재계는 `돈많은 재벌과 불쌍한 서민`의 편가르기식 논법,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 요인을 고려하지 않은 국내 정치논리가 득세할 경우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기업가 정신이 설 자리를 잃고, 성장과 경쟁에 대한 의욕이 꺾이면서 수출과 소비, 투자와 고용 등 경제 전반에서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 "좋은 성과낸 것이 문제인가..가슴 아프고 서럽다"
"금융위기 속에서도 큰 구조조정 없이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높이면서 성과를 올렸는데 이제와서 그 성과가 문제 있다고 하니…우리도 가슴이 아프다"
28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 이익을 냈다는 언론 보도에 가슴이 아팠다"고 말하자 이에 대해 대기업 A사의 임원이 섭섭함을 감추지 못한 채 한 말이다.
B기업 관계자는 "그럼 (대기업들이) 돈을 못 벌어야 마음이 따뜻해진다는 소리냐"며 "결국 돈을 적게 벌어야 욕을 안 먹는다는 이야기 아니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사상 최대 실적에 가슴 아파야 할 이는 LG전자여야 한다는 게 재계의 일반적 정서인데, 최 위원장이 이를 사회적 책임과 연관시켜 가슴 아프다고 말한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얘기.
기업의 업무특성이나 전략을 고려하지 않은채 매출을 기준으로 SK텔레콤과 NHN(네이버)의 고용상황을 비교한 것도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재계는 지적한다. 연일 대기업 때리기에 시달려왔던 재계는 이날 최 위원장의 발언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으로 보고 있다.
◇ "기업의 사회기여는 한 가지만 있는게 아니다"
이익만을 잣대로 그간 상생의 노력을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E기업 관계자는 "기업이 국가나 사회에 기여하는 방식이 한 가지만은 아니다"라며 "이익을 많이 내서 세금을 많이 낼 수도 있고, 번 돈으로 사회공헌도 할 수 있는데 이익만을 가지고 상생하지 않았다고 평가하는 것은 맞지 않고"고 말했다.
정부가 마구잡이식으로 대기업 때리기 발언을 쏟아내기 보다는 서민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 `책임있는 발언` 주문..경제주체간 공생의 길 모색해야
또 다른 관계자도 "MB 정부가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 들고 나와서 대기업 중심 정책을 펼쳤는데 그 정책이 중소기업을 옥죈다는 생각은 안해봤는지 궁금하다"며 "대기업들에게만 화살을 돌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재계에서는 특히 정부 여당의 책임있는 인사들이 양극화를 몰고 온 장본인으로 대기업을 지목하는 발언을 확산시키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G기업의 고위 임원은 "양극화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정부가 기업 등으로부터 세금을 거둬 사회안전망을 잘 구축해 해결해야 할 일"이라며 "이것을 대기업의 책임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포퓰리즘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상생과 서민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면서 대기업만 몰아부칠 것이 아니라, 경제주체의 하나로서 정부, 가계, 기업이 함께 공생의 길을 모색하도록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역할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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