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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차예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사진)이 최측근인 밥 코커(공화·테네시) 상원 외교위원장과 거친 트윗 설전을 주고받은 데 이어 트럼프 참모들이 대거 이탈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국지전’으로 시작했던 설전이 점차 참모들의 단체 행동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美언론 “틸러슨·콘·켈리 등 트럼프 핵심참모들 ‘엑소더스’ 우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직 자체와 정권의 위기대처 능력, 시장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다가올 트럼프 참모들의 ‘엑소더스(대탈출)’가 될 것이라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는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등이 이르면 연말부터 내년 초 사이에 사직할 수 있다며 이같이 내다봤다.
먼저 악시오스는 미 경제사령탑 격인 콘 위원장이 세제 개혁안 발표 후 도망칠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며 그가 내년 1분기에 나갈 수 있다고 봤다. 유대인인 콘 위원장은 지난 8월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에서 벌어진 백인우월주의자의 유혈사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두둔 발언에 실망해 사퇴를 검토한 바 있다.
틸러슨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 등에 실망해 지난 7월 말 사퇴를 검토했다는 보도가 지난주 나왔지만 일단 부인했다. 하지만 이미 마음이 떠난 그가 연말까지만 일할 것이라는 소문이 워싱턴 정가에 파다하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대사가 그의 후임으로 거론된다.
WP “트럼프 최측근 인사들이 대통령을 어린아이 취급”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이 그를 ‘어린아이’ 취급하고 있다는 워싱턴포스트(WP) 보도도 10일 나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틸러슨 장관이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 끝에 자진사퇴를 고려했으며 그를 “멍청이”로 불렀다는 NBC방송의 지난주 보도다. 틸러슨 장관은 이 보도가 나오자 자신의 사퇴설은 부인했지만 “멍청이” 발언에 대해서는 끝까지 부인하지 않았다.
신문은 “틸러슨 장관의 ‘멍청이’ 발언뿐 아니라 대통령 가까이서 일했던 여러 사람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유사하게 멍청하다는 식의 묘사를 했다”며 밥 코커(테네시) 상원의원과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전략가, 믹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국장 등의 예를 들었다.
이에 앞서 배넌 전 백악관 전략가는 앨라배마주 연방 상원의원 보선을 위한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밀었던 루서 스트레이지 후보가 떨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잘못된 정보를 받았는지 재검토해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런가 하면 멀베이니 예산국장은 전날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켈리 비서실장이 취임하기 전 트럼프 대통령이 받은 백악관 정보에 대해 “나쁜 정보는 아니었지만, 대통령을 위해 준비된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코커 갈등에 공화당 ‘비상’…감세안 통과 불투명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9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비난한 데 맞서 정면으로 반격한 밥 코커(공화·테네시) 상원 외교위원장을 향해 “엄청나게 무책임하다”고 쏘아붙이며 대통령 편을 들었다.
콘웨이 선임고문은 이날 폭스뉴스 프로그램 ‘폭스 앤 프렌즈’에 출연, 코커 위원장이 전날 트위터 글을 통해 ‘백악관이 성인 돌봄센터로 전락했다’고 직격한 데 대해 “코커 위원장이 수년간 함께 일해온 데 대해 고맙게 생각하지만 이런 식의 트위터는 엄청나게 무책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이미 트럼프 대통령과 등을 돌린 미치 매코널(켄터키) 원내대표는 같은날 “코커 위원장은 상원 공화당의 소중한 멤버이며, 특히 예산위원회 의원으로서 다음주 예산안 처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하며 ‘코커 감싸기’에 나섰다.
두 사람의 불화로 2018회계연도 예산안과 감세 법안 표결을 추진하는 공화당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않아도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안에 비판적인 코커 위원장이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상원에서 52석을 차지한 공화당은 3명 이상 이탈표가 발생하면 법안 처리는 실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