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관, 어설픈 해명·대답 회피…도덕성 의구심 증폭

  • 등록 2009-07-13 오후 8:14:35

    수정 2009-07-13 오후 8:14:35

[경향닷컴 제공]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13일 국회 인사청문회는 천 후보자의 도덕성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천 후보자는 핵심 의혹인 서울 신사동 28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는 과정에서 빌린 15억원의 채무관계를 명확히 입증하지 못했다.

15억원을 빌려준 사업가 박모씨와 골프 부부동반 여행을 다녔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가끔 연락하는 사이”라던 두 사람 관계에 대해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들의 고교 진학을 위해 위장전입한 사실이 새로 드러났고, 사업가 지인으로부터 고급승용차를 천 후보자 가족이 ‘무상 이용’했다는 정황도 제시됐다. 이에 따라 야당 등으로부터 천 후보자의 내정을 철회하라는 요구가 거세지는 등 임명 과정에서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1. 아파트 매입대금 15억 증거자료 못내놔

천 후보자는 신사동 아파트 매매대금 28억원 중 박씨로부터 빌린 15억원을 놓고 특별한 증빙을 내놓지 못했다. 박씨로부터 고액 수표를 넘겨받아 바로 전 집주인에게 넘겨줘 번호를 기억할 수 없고 박씨의 수표 발행 내역은 박씨 동의 없이 볼 수 없다는 이유다.

박씨와 차용증을 작성하고 돈을 주고받은 시점에 대해서도 말이 엇갈렸다. 천 후보자는 지난 4월20일 박씨로부터 15억원을 빌리면서 은행에서 대출받아 갚을 7억5000만원을 제외한 8억원에 대해 작성한 차용증을 청문회 자료로 제출했다. 그러나 민주당 이춘석 의원이 지난 3월10일 낸 계약금 3억원 출처를 묻자, “계약 당시 박씨로부터 3억원을 먼저 빌리고 나머지는 잔금을 치를 때(21일) 받았다”고 답했다. 차용증을 뒤늦게 맞춰 쓴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2. 15억 채권자와 친분… 골프 여행엔 “기억없다”

천 후보자는 박씨에 대해 “10년 전 한 모임에서 지인이 소개해줘 알게 됐다”며 “가끔 연락을 하는 사이고, 박씨가 술을 못 마셔 술 자리를 가져보지 않았다”고 관계를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2004년 8월9일부터 4박5일간, 2008년 2월7일부터 3박4일간 박씨 부부와 부부동반으로 일본 여행을 갔다는 자료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2004년 천 후보자와 박씨 둘다 골프채를 갖고 갔고 천 후보자 부인 김모씨는 면세점에서 1300여달러짜리 명품 구두를 샀다”고 주장했다.

천 후보자와 박씨가 ‘알고 지내는 정도의 사이’가 아니라 친밀한 사이라는 점을 짚은 것이다.

이에 천 후보자는 “휴가철이어서 한국인 단체관광객들이 많았고 그 비행기에 같이 탔는지는 모르지만 저와 같이 간 기억은 없다”고 답변했다.

박씨는 또 지난 4월 “두 달 뒤 은행 대출을 받아 빚의 절반을 갚겠다”는 천 후보자 말만 믿고 15억원 중 8억원에 대해서만 차용증을 작성하고, 나머지 7억5000만원에 대해서는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현재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3. 여의도 → 강남 26일만에 위장전입

천 후보자는 아들 위장전입 문제에는 선선히 인정했다. 상황 자체가 명백해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지원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자식들을 위장전입시켜 좋은 대학에 보냈듯이 후보자 역시 자식들을 위장전입해서 학교(고교)에 보낸 것을 인정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천 후보자는 머뭇거림 없이 “예”라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한 것이다.

천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주민등록등본에 따르면 천 후보자는 1994년 4월1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ㅅ아파트에 들어가 4년가량 살았다. 천 후보자는 98년 5월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ㄱ아파트에 전입했다가 26일 만인 6월16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ㅎ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천 후보자 인사청문 자료에는 여의도동 ㄱ아파트 같은 동 다른 호수에는 천 후보자 처형이 주거하는 것으로 돼 있다.

4. ‘고급차 리스’ 승계전부터 가족들 이용

후보자 측은 지난달 21일 ㅅ사로부터 고급승용차 리스 승계 계약을 맺었다. ㅅ사는 후보자의 “30년 지기”라는 석모씨가 운영하는 건축업체다. 그러나 이 차가 신사동 아파트 주차 대장에 승계 계약 이전부터 등록된 사실이 드러났다.

석씨 차를 쓰다가 뒤늦게 리스 계약을 맺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검찰은 “석씨의 아들이 서울에 올 때마다 주차할 곳이 없어 주차대장에 올려준 것”이라고 해명해왔다.

그러나 이날 청문회에서 이 승용차에 부착돼 있던 한 백화점 주차 우대 카드의 주인이 천 후보자의 윗동서라는 점이 확인됐다. 천 후보자는 주차카드가 붙은 이유를 묻는 민주당 이춘석 의원의 질의에 “(부인 김모씨) 자매들이 함께 사용하던 것이다. 석씨 부인도 자주 왕래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지난해 12월 이 차량이 서울 청담동에서 신호위반 단속에 걸렸는데 같은 기간 석씨 아들은 중국에 나가 있었다”고 말했다.

석씨 아들이 사용해왔다던 승용차를 천 후보자 가족이 사용했다는 점을 방증하는 셈이다. 그래도 후보자 윗동서의 주차 우대 카드가 석씨 집에서 쓰던 승용차에 왜 부착됐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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