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인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문제까지 언급돼 정계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 김혁규 전 최고위원은 27일 7.26 재보궐선거와 관련,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그동안 당 내외에서 거론되었던 대통합론을 비롯한 모든 논의에 대해 어떤 터부나 선입견없이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영남지역 예비 대권주자 중 한사람인 김 전 최고위원의 발언은 범여권 통합론 등 정계개편 논의를 앞당기자는 뜻으로 해석돼 서민경제 회복과 당쇄신 작업 등을 통해 민심을 회복한 뒤 정기국회 이후에 정계개편을 논의하자는 당지도부의 뜻과는 일정한 거리가 있다.
김혁규 전 최고위원은 "4전 4패, 우리는 또 국민의 마음을 열지 못했다"며 "발상의 전환을 통해 우리 정치와 사회구조 등에서 '혁신적 중도 통합주의'로 나아가야 하며, 각각의 입장이나 유, 불리를 떠나 큰 틀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정치적 낯가림은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근태 의장을 지지하는 '민평련'의 사무총장인 문학진 의원도 이날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5.31지방선거로 열린우리당은 사망선고를 받았고 어제 재보선 결과는 관뚜껑에 못질한 것"이라면서 "정계개편 논의가 앞당겨지지 않겠는가"라고 내다봤다.
문의원은 이번 선거의 의미에 대해 "열린우리당의 이름으로는 국민들로부터 호응을 받기 어렵다는 점을 새삼 확인하게 됐다"고 설명하고, "내부에서 동력을 일으키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정계개편) 논의가 서서히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민주당이나 열린우리당내 통합론자들은 대통합의 전제로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번 청와대 만찬에서 김근태 의장 등 당지도부의 건의를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절대 탈당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 의원은 "민주당 조순형 후보가 당선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위상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이 반영된 결과"라며 대통령 탈당문제가 앞으로 자연스럽게 공론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당지도부는 이번 재보선 결과가 정치지형을 뒤바꾸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김한길 원내대표도 "국민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당정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책대안을 찾고 당쇄신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상호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선거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하면서 기간당원제도의 개선이나 당의 운영과 관련된 현안을 8월 말까지 해결하려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여당의 초선의원들은 성명을 내고 정계개편 논의가 앞당겨지는데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희망21>과 <국민의 길> 등 여당의 초재선 의원 39명은 이날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정계개편 논의는 정파적 이해를 떠나 역사와 정치발전이라는 큰 틀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정기국회 이후까지 긴 안목을 갖고 정국의 추이를 지켜보자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조순형 전 대표의 당선이 탄핵에 대한 정당성 부여나 사면 복권적 의미로 해석되는 것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대신 당 지도부에 대해서는 '비상체제'답게 결단력과 추진력을 보여 줄 것을 주문했다.
조기 정계개편을 둘러싸고 당내에 찬반논란이 일면서, 재보선 패배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김근태 의장 체제의 지도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