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3국은 이번 연구를 통해 단일통화 도입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 역내 금융협력 강화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각국의 의견차가 적지 않아 역내 단일통화 도입까지는 만만치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단일통화 도입, 학계서 정부로 `바통터치`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중국 진런칭 재정부장, 일본 타니가끼 사다카즈 재무대신은 4일 인도 하이데라바드에서 열린 제6차 한중일 재무장관회담에서 아시아 공동통화 구성을 위한 3국 정부간 공동연구를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단순한 연구개시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그동안 학계를 중심으로 논의되던 역내 단일통화 도입 움직임이 정부차원에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3 국은 정부측 실무자와 관계기관 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를 구성, 올해 안에 첫 모임을 열고 본격적인 연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 연구 결과 단일통화 도입의 로드맵이 마련되면 한중일 3국이 앞장서 아세안 국가 전체로 단일통화 도입 논의를 확산시키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권태균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이번 합의는 그동안 학계를 중심으로 논의되던 통화통합이 이제는 정부간 논의로 확대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통화통합 로드맵에서 그 가능성이 보이면 아세안국가+3(한중일)로 논의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역내 단일통화 도입 논의는 포스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Post CMI)와 함께 향후 아시아지역 금융협력방안의 양대축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한중일 3국은 이번 회의에서 역내 긴급자금 지원규모를 종전 395억달러에서 2배 수준으로 늘리고 의사결정체제도 양자간 협상에서 다자간 협상으로 바꾸는 CMI 체제 강화방안을 합의했다.
이후에는 각국이 외환보유액 중 일부를 역내 위기시 활용자금으로 따로 떼어내 관리하거나 아예 국제통화기금(IMF)처럼 하나의 기금으로 모아 관리하는 방안 등 포스트 CMI 체제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역내 단일통화 도입 논의가 더해지면서 아시아지역의 금융블록화를 위한 발걸음이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실제로 정부는 역내 단일통화 도입이 포스트 CMI 체제와 하나로 묶이게 되는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있다.
◇`낙관하기 이르다` 신중론도…
한중일 3국이 단일통화 도입을 위한 첫 발걸음을 뗐지만 구체적인 도입방안이 나오기까지는 적지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한중일이 단일통화의 모델로 삼고있는 유럽의 경우 유로화가 도입되기까지 무려 30년 가량의 시간이 걸렸다.
이번 합의를 이끌어낸 3국간에도 공동통화 도입에 대한 입장이 조금씩 달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은 유럽과 달리 거시경제적 연관성이 낮고 정치적, 문화적 편차도 커 공동통화 도입이라는 단일한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한중일간 의견조율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제금융제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통화통합에는 경제적 요인뿐 아니라 정치적 문제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라며 "독도문제 등 한일간 정치적 문제가 불거지는 상황에서 통화통합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낙관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제금융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도 관심이다. 한중일 3국이 향후 역내 단일통화 논의 대상으로 아세안을 택한 것도 미국 등 역외국가들이 포함된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논의하는 것보다 단일통화 논의가 더욱 수월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올해 3월부터 ADB가 발표하기로한 아시아통화 보조지표(ACU)도 미국측 반발로 결국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권 국장은 "아시아 통화 보조지표의 경우 미국 등 역외국가에서 우려를 제기했고 아시아 국가들도 일부 문제를 제기했다"며 "아시아 통화 보조지표는 향후 아세안+3 체제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