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FDA의 판매허가 승인은 세계 최대 바이오 시장인 미국에서 셀트리온이 제품력을 인정받아 공식으로 입성하게 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셀트리온은 이에 앞서 지난해 유럽에서 램시마 판매허가 승인을 받아 세계 바이오시밀러 양대 시장에서 명실상부하게 실력을 인정받는 국대 대표 제약업체가 됐다.
셀트리온을 선두로 한국을 바이오시밀러 강국으로 도약시키는 선두에는 서정진(59) 셀트리온 회장이 있다. 지난 2002년 셀트리온을 설립한 서 회장은 ‘바이오’의 ‘바’자도 모르는 문외한이었다.
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서 회장은 삼성전기(009150), 한국생산성본부, 대우자동차 등 바이오산업과 관계없는 분야에서 일을 했다. 외환위기로 대우차를 나온 그는 불모지였던 바이오산업에 진출키로 결심했다.
2005년 미국에서 열린 학회에서 항체 바이오시밀러 산업의 잠재력을 깨닫고 곧바로 램시마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는 “오리지널 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한 바이오시밀러는 시장에 먼저 나와야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말을 늘 강조해왔다. 후발 주자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뿐 아니라 선점 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각종 임상데이터보다 보유 자료가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 회장은 램시마 개발 착수 7년 만인 2012년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판매허가를 받았다. 누구도 하지 못했던 분야를 개척해 이룬 성과였지만 여전히 서 회장과 램시마에 대한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지난 2013년에는 유럽의약품청으로부터 램시마 판매승인을 획득하면서 서 회장을 향했던 의심가득한 시선이 바뀌었다. 이제 그는 FDA의 판매승인까지 획득해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항체 바이오시밀러 전문가가 됐다. 그는 램시마에 이어 유방암과 림프종에 적용할 수 있는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미국·유럽 판매승인을 추진 중이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 선두기업에 머무르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항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종합 인플루엔자·유방암 치료제 등 신약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수준의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포부다.
회사가 본격적 성장을 하던 지난해 서 회장은 돌연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는 평소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강조한 그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서 회장은 회사 설립 당시부터 사업모델이 완성되고 안정적 성장단계로 접어들면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서 회장은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뒤 해외를 누비면서 셀트리온그룹이 퀀텀점프할 수 있는 아이템 발굴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해 인수한 화장품 회사 한스킨(현 셀트리온스킨큐어)과 개인적으로 투자한 매니지먼트 회사 드림이엔엠이 그 일환이다. 회사 관계자들은 “서 회장은 바이오 관련 사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업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장치산업의 특성을 갖는 바이오시밀러 산업은 자본력이 튼튼하면 유리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셀트리온은 삼성의 바이오사업 강화에 대해 한국 바이오시밀러 산업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시장 선점이 무엇보다 중요한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10여년의 연구개발 및 임상실험 경험은 후발주자가 넘볼 수 없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서 회장은 평소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해왔다. 스스로 샐러리맨의 롤 모델이 되고 싶어하는 의지도 강하다. 서 회장의 성공을 이 땅의 직장인들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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