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세계경제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불리는 인도에 다녀왔습니다. 뭄바이 공항에 내리자마자 느껴지는 후끈한 열기와 끈적한 기운이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키더군요.
인도하면 머리에 떠오르는 단어가 `브릭스(BRICs)`였습니다. 브라질과 러시아, 중국과 함께 세계경제를 이끌 신흥 강국. 최근엔 중국(China)과 인도(India)를 따로 떼어내 `친디아(Chindia)`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만큼 성장잠재력이 크다는 얘기겠죠.
실제 인도는 지난 91년 `신산업정책`으로 불리는 경제개혁, 개방정책을 시행한 뒤 연간 약 5~7%에 이르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뤘고 지난해에는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높은 8.0%의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고급 인력도 풍부합니다. 인도는 80만명 이상의 석박사 학위 소지자를 포함해 3백만명이 넘는 과학기술 인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매년 5만명 이상의 컴퓨터 전문가와 36만명이 넘는 엔지니어가 배출돼 든든한 인재풀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인도가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세계적 아웃소싱 기지로 성장할 수 있던 것도 이런 고급인력을 낮은 임금에 채용할 수 있었기 때문인데요. 영어에도 능숙해 의사소통에 큰 불편이 없는 점도 인도의 매력을 높인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의 기대를 먹고사는 주식시장도 과열우려가 나올 정도로 급등했습니다. BSE(Bombay Stock Exchange) 센섹스 지수는 작년 중 무려 40.7% 상승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1만포인트를 웃돈지 한달만에 1만1000포인트 넘어선 데 이어 지금은 1만2000포인트를 웃돌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요. 각종 수치로 제시되는 인도와 현지에서 겪은 인도는 달랐습니다. 해질대로 해진 옷을 입은 사람들과 곧 무너질 듯 낡은 건물, 빵빵대며 경적을 울려대는 차들과 그 사이를 위태롭게 지나는 오토바이. 네댓살 되는 아이들이 "원달러"하며 손을 내밀 땐 당혹스럽기도 하더군요.
나중에 알고 보니 전체인구의 29%가 빈곤선 아래에 있는 등 인도에서도 빈부격차가 크다고 합니다. 첫 방문지였던 뭄바이의 경우 전체 인구의 40~50%가 슬럼가에 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공무원들이 뒷돈을 요구하거나 업무를 늑장처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틀간 뭄바이 관광을 하면서 경찰에 의해 3번이나 버스가 멈춰선 웃지못할 일을 겪었는데요. 관료들의 부패 문제가 심각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개장시간이 지났는데도 문을 열지 않은 박물관 앞에선 민간부문과 달리 공공부문은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참고로 인도에서 사업에 착수할 때 걸리는 기간은 평균 81일이라고 합니다. 이는 `만만디`라고 놀림받는 중국의 2배 수준입니다.
"인도는 10억인구와 넓은 땅덩어리만큼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습니다. 상당히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한편으로 여러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보는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는데, 어느 한쪽만 보고 판단해선 안됩니다. 며칠간 본 인도가 전체의 인도는 아닙니다."
자칫 인도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할까 우려했던지 현지에 진출한 국내은행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는데요. 실제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하이데라바드는 뭄바이의 모습과 어느 정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이데라바드마저 새롭게 개발된 구역과 그렇지 않은 구역이 뚜렷이 구별될 만큼 삶의 격차는 현저했습니다. 마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느낌이랄까요.
지난해 한국은행의 씽크탱크인 금융경제연구원은 인도가 2030년경 일본을 추월하고 2050년경 유럽과 비슷해져 세계 경제에서 인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12%에 달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국내 금융기관들도 인도와 관련된 금융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는데요.
하지만 인도에 대한 장밋빛 전망 못지않게 지금 인도가 겪고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인도 정부와 국민들은 이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턱대고 기대치만 높이기보다는 인도라는 `기회의 땅`에 혹시나 모를 `위기요인`은 없는지 면밀히 분석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