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이정훈기자]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매수차익거래잔고가 심리적인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매물부담이 의외로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잔고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도 한다.
매수차익거래가 가능한 자금의 전체 규모나 외국인의 선물매매 동향, 차월물인 3월물과의 스프레드 추이 등이 매수차익거래잔고의 매물화 여부를 좌우할 전망이다.
2일 거래소시장에서 차익거래는 269억원 어치 매수 우위를 기록함에 따라 매수차익거래잔고는 1조7637억원을 기록, 사상최고였던 지난달 7일의 1조7413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올해 매수차익잔고 및 시장 베이시스 추이
이에 따라 전고점 안착을 앞두고 상승탄력이 둔화되고 있는 시장이 잠재적인 매물 부담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날 오전에도 KOSPI200선물 매도세가 강하게 나와 시장 베이시스가 백워데이션(선물 저평가)으로 돌아서면서, 매수차익거래잔고가 매물로 나와 이같은 우려를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심리적 부담은 있지만 주변 여건상으로 잔고가 매물로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데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연말이라는 계절적 특성 때문. 연말 배당이 예정돼 있어 매수차익거래(현물 매수-선물매도)로 현물을 보유할 경우 차익거래에 따른 수익 외에도 배당수익을 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차익거래펀드를 운용하는 한 증권사 관계자는 "특히 올해에는 예년보다 배당성향이 높을 것으로 예상돼 매수차익거래에 따른 배당 메리트가 높다"며 "의외로 차익거래잔고가 크게 줄지 않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위원도 "기존 차익거래펀드 뿐만 아니라 일부 인덱스펀드도 배당수익을 노리고 차익거래로 전환하고 있는 것 같다"며 "매수차익거래잔고가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며, 상황에 따라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매수차익거래가 유입된 시장 베이시스가 낮은 수준이라는 점도 매물 부담을 줄이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불과 열흘여만에 매수차익잔고가 7000억원 이상 늘어났지만, 이중 대부분이 0.3~0.5포인트의 베이시스 수준에서 거래됐다. 즉, 베이시스가 0.3포인트 아래로 크게 떨어지지 않는 한 손실이 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영 서울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주로 0.7~0.8포인트에서 매수차익거래가 들어오고 0.3포인트 수준에서는 청산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워낙 낮은 베이시스 수준에서 거래돼 청산 가능성도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한 차익거래펀드 운용자도 "배당 수준을 감안하면 적어도 시장 베이시스 0.1포인트까지는 기존 매수차익거래를 청산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 것"이라며 "만약 매물화해도 배당을 노리고 다시 매수로 진입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같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변수는 있다. 일단 2만계약 이상 선물 누적순매수를 쌓고 있는 외국인이 매도로 돌변할 경우 베이시스가 나빠질 가능성이 있고, 롤오버 규모를 좌우할 12월물과 내년 3월물간 스프레드 움직임에도 주목해야한다.
물론 현물과 선물, 콜옵션 등 전방위적으로 상승쪽에 베팅하고 있는 외국인이 시장 베이시스에 충격을 줄 만큼 공격적으로 선물을 매도할 이유는 적어 보인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현재 -1.0포인트까지 확대돼 있는 12월-3월물간 스프레드도 롤오버하기에 만만치 않다. 시장에서는 적어도 -0.5포인트 수준까지 좁혀져야만 롤오버가 원활하게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9월 만기 이후 12-3월물간 스프레드 추이
이영 연구원은 "연말 배당락을 감안할 경우 현재 -1.0포인트 수준인 스프레드는 -0.8포인트 정도로 봐야할 것"이라며 "스프레드가 -0.8포인트 아래로 떨어져야 롤오버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균 연구위원도 "스프레드가 -0.5포인트 정도로 축소되면 매수차익거래잔고의 롤오버가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3월물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상승해야하며, 이는 12월 선물옵션 만기 이후의 시장 상황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미국 시장과 주요 연말 지표 등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