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객 쓰러졌대서 갔는데 ‘술 냄새’가 안 나”…아내는 펑펑 울었다

  • 등록 2024-01-05 오후 3:29:42

    수정 2024-01-05 오후 3:29:42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취객 관련 민원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저혈당으로 쓰러져 의식을 잃은 70대 노인의 생명을 구한 이야기가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달 20일 오후 저혈당으로 한 노인이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경찰관들이 설탕물을 먹이며 응급조치하고 있다.(사진=대전 유성경찰서 제공)
5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오후 2시 56분경 대전 유성구의 한 아파트에서 “술 취한 사람이 계란을 깨트리고 자려고 한다”라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대전 유성경찰서 진잠파출소 소속 박성인 경감과 한상훈 경위는 아파트 9층에서 외벽을 잡고 서 있는 노인 A씨(74)를 발견했다.

그러나 박 경감과 한 경위는 A씨에게서 술 냄새가 나지 않고 난간을 힘겹게 붙잡고 있던 점을 의아하게 여겼다. 이후 주거지 확인 후 보호자에게 인계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탑승해서 내리던 순간 A씨가 쓰러졌다.

박 경감과 한 경위가 응급조치를 실시하던 중 A씨를 찾아 단지 내를 뛰어다니던 보호자가 달려와 그가 저혈당 환자라는 사실을 알려줬고, 경찰관들은 A씨를 집 안으로 데려가 눕히고 보호자가 타온 설탕물을 10여 분 동안 천천히 먹였다.

경찰관들은 “조금만 넘기세요. 뱉지 마시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살아야 한다”고 하면서 직접 A씨에게 숟가락으로 설탕물을 먹이는 등 응급조치했다.

이후 A씨는 구급차로 후송됐고 이동 과정에서 전반적인 치료와 혈관 포도당 주입 등을 통해 의식을 회복해 무사 귀가했다.

경찰 관계자는 “환자가 추운 날씨에 1시간가량 서 있어 혈관이 수축돼 혈관 포도당 주입이 이뤄지는 데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경찰관들이 신속하게 설탕물을 먹여 의식 회복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저혈당 증상은 어지럼증과 식은땀, 손과 발에 떨림 등이 대표적이며 심할 경우 의식을 잃고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당분을 섭취하고 휴식을 취하면 나아질 수 있고 의식을 잃은 경우 기도에 걸릴 수 있는 사탕 등을 먹이는 것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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