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J총재 "금리 올릴 필요 없다"…엔화가치 32년만 최저

구로다 총재, 양적완화 기조 유지 재확인
엔·달러 환율 147원까지 치솟아…32년만에 최고
9월 이어 시장개입 가능성도…日재무상, 즉답 피해
  • 등록 2022-10-14 오후 2:27:27

    수정 2022-10-14 오후 2:27:27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가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재확인했다. 미국과 일본의 기준금리 역전 폭이 벌어지면서 엔화 가치가 20~3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정책 변화는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사진= AFP)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한 구로다 총재는 1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고 적절하지도 않다”고 말했다고 일본 NHK방송이 보도했다.

그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10%에 달하는 미국과 유럽에서 금리를 올리는 것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일본 경제의 회복 속도는 미국보다 느리다”라고 설명했다.

주요국들은 올해 상반기 중 잇따라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경기 부양을 위해 실시했던 경기 부양책을 거두고 긴축에 나섰지만, 일본은 ‘나홀로’ 완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선진국 중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는 국가는 일본이 유일하다.

일본이 초저금리를 고수하고 있는데 반해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가파르게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기준금리 차이는 3.3% 넘게 벌어진 상태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원회(FOMC)에서도 ‘자이언트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하고 있다. 전날 발표된 미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8.2%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기 때문이다.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도 인플레이션이 잘 잡히지 않고 있다는 신호에 더 강력한 긴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13일 뉴욕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32년 만에 최고치인 147엔대로 치솟았다. 엔화 가치가 30여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의미다. 일본 정부가 엔화가치 방어를 24년 만에 시장개입을 단행했던 지난달 22일 엔·달러 환율(145.90엔) 최고치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구로다 총재와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외환시장 변동을 높은 긴장감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며 “과도한 변동에는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 개입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확답을 피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산자야 판스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국장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시장개입이 시장 변동성 축소에 대한 당국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조치였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일 것이라고 봤다.

영국 BBC방송도 분석가들은 일본의 금리가 미국보다 훨씬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한 일본 당국의 시장 개입은 거의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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