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여성을 존중하는 아프가니스탄을 만들겠다던 탈레반이 본격적으로 실체를 드러냈다. 이들은 남성으로만 구성된 과도정부 설립에 반대하는 여성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했다.
8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탈레반 조직원들이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시위에 나선 여성들에게 채찍과 몽둥이를 휘둘렀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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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시위 참여자들은 탈레반이 남성으로만 과도정부를 구성한 데 항의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이날 시위는 탈레반 정권 장악 이후 최대 규모였다.
그러나 탈레반 조직원들은 시위대를 채찍과 몽둥이로 진압하며 당시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들까지 폭행했다. 심지어 학교에 가다가 시위를 지켜보는 청소년까지 온몸이 멍투성이가 되도록 두들겨 팼다는 증언도 나왔다.
시위에 참여한 한 여성은 “최근 발표된 정부 조직에 여성이 단 한명도 들어가 있지 않은 점을 항의하기 위해 모였다”면서 “그런데 탈레반이 채찍으로 때리면서 집에 가서 아프간 새 정권을 받아들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은 한 명도 포함되지도 않고, 여성의 권리도 주어지지 않는데 왜 우리가 새 정권을 받아들여야 하느냐”라고 반문했다. 또 “기자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던 모든 남성들까지 체포됐다”며 “도대체 이같은 일을 왜, 그리고 언제까지 참아야 하느냐?”고 말했다.
이란인터내셔널 선임기자 타주덴 소로쉬 역시 “탈레반이 카불에서 시위하던 소녀들을 잔인하게 구타했다. 1990년대 탈레반 정권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성토했다.
탈레반의 이러한 강경 진압은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과 향후 태도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탈레반은 아프간을 재점령한 뒤 모든 세력을 아우르는 정부를 구성하고, 20년전에 비해 더 온건한 이슬람 통치를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탈레반은 지난 7일 전부 남자로만 채워진 내각 구성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