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올 여름철 전력 사용량이 연일 최대치를 경신하자 정부는 지난 19일 예방정비를 위해 가동을 중단했던 원자력발전 3기를 전격적으로 조기 가동했습니다. 늘어난 산업용 전력 수요에다 폭염에 따른 냉방기 사용 증가까지 겹치면서 전력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한 정부가 원전 카드를 꺼내 든 것인데요. 여기에 탈석탄 정책으로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던 석탄화력도 발전 상한을 풀고 100% 가동을 추진하면서 전력 확보에 톡톡히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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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대란 없다 하지만’…원전·석탄에 손 벌린 정부
우려했던 전력 대란은 없었지만, 급해진 정부가 원전과 석탄발전에 손을 벌리자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전력 수급 우려가 확산한 것은 정부가 근본적으로 수요 예측에 실패했기 때문인데요. 한국전력은 올해 전력 수요 피크시기인 8월 2주차의 전력공급 능력을 9만9174㎿로 예상했습니다. 이는 지난해대비 1223㎿ 증가한 것으로 폭염에 따른 냉방 수요 증가와 경기 회복 영향 등에 따른 것입니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 단계에서 신재생에너지가 기존 원전과 석탄발전의 빈틈을 메울 수 없는 상황임을 고려한다면 전력 수요 예측에 선진국 경향을 단편적으로 적용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원전 운영·가동과 관련해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여름철에 상당수 원전이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다는 점은 전력수급 운영상 앞으로도 되짚어 봐야 한다”며 “전반적인 에너지 정책을 어떻게 추진할 지 다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석탄화력 발전에 대한 새로운 운영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습니다.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조기에 폐쇄하고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신규 석탄 발전설비를 늘리는 게 상식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발전효율 떨어지는 태양광·풍력, 현재 기술력으로서는 한계
투입 에너지 대비 발전량 효율을 뜻하는 발전효율을 태양광과 풍력에 적용하면 각각 연평균 10%, 24% 안팎에 불과합니다. 수력발전이 90%, 화력발전이 50%대임을 고려하면 태양광과 풍력은 현재 기저전원으로서 함량 미달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태양광은 남미 페루처럼 하루 평균 일조시간이 한국보다 약 2배 많은 5~7시간 이상이어야 경제성도 발생하는 겁니다.
올 여름 전력 피크시간대 태양광 발전 비중은 9.2%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원전과 석탄발전을 대체하기란 부족하죠. 산업부는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전체 발전량은 1226.5GWh였는데 태양광은 9.2%인 112.7GWh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는 추계치일 뿐 여전히 태양광 발전량에 대한 계량화한 수치가 없어 정확한 통합 관리가 필요한 실정입니다.
풍력 역시 아직 원전과 비교해 투입하는 자본대비 발전량은 5분의 1 수준으로 충분치 않습니다. 신안 해상풍력단지 건설에 드는 비용은 실제로 48조원+α로, 약 10조원에 불과한 신한울원전3·4호기 건설비에 비해 크게 높은 편입니다. 그런데도 둘의 발전량은 비슷한 수준입니다. 특히 해상풍력은 초속 10m 이상 바람이 불어야만 발전효율이 50%에 이릅니다. 실제 노르웨이나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의 풍력발전 효율이 이 정도 수준이라는데, 우리나라는 초속 7m 수준으로 바람 방향과 세기도 들쑥날쑥합니다. 태양광이 일조시간에 따라 발전 효율을 달리하듯 풍력도 바람의 세기와 지속성이 발전시설로서의 역할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결국 현재 기술 수준으로서는 태양광과 풍력 모두 기저전원으로서 낙제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태양광과 풍력의 특성을 고려하면 현재 기술로는 원전 등의 다른 에너지원이 없는 탄소 제로(0)는 불가능하다”면서 “에너지 특성과 에너지 믹스(Energy Mix)를 이해하고 종합적으로 추진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탄소 제로로 가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