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지정학원’ 위장·면허시험장에 표시까지..불법운전교습 백태

절반 가격·집 근처서 교습 내세워..렌트카로 무등록 강사가 교습행위
‘족집게 강사’도 활약..경찰, 국내 최대규모 불법학원 등 적발
  • 등록 2016-03-16 오후 12:39:10

    수정 2016-03-16 오후 12:39:10

운전면허학원 홈페이지를 사들여 ‘경찰청 지정 운전학원’으로 위장한 불법 학원 사이트의 갈무리.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이데일리 전상희 기자] 운전면허학원 홈페이지를 사들여 ‘경찰청 지정 운전학원’인 것처럼 위장한 뒤 무등록 강사 등에게 운전교습을 맡겨 수십억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한달 교습비가 20만~25만원으로 정식 학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데다 학원이 아닌 집 근처에서 교습을 해 줘 수강생이 대거 몰렸다.

서울지방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은 2012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정식 운전학원 홈페이지 운영권을 사들여 불법 운전교습을 한 혐의(도로교통법위반·사기)로 오모(58)씨와 한모(50·여)씨 등 2명을 구속하고 무등록 강사 5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주범인 오씨는 폐업 직전의 운전학원 홈페이지 운영권을 1500만원에 산 뒤 전문 브로커 한씨를 통해 무면허 강사들에게 교습을 맡겨 총 9억원 가량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한씨는 이 과정에서 무자격 강사들에게 교습을 알선해주고 10억원 가량을 챙겼다.

경찰 조사 결과 오씨는 장기 대여한 렌트가 23대를 개조한 뒤 불법운전교습에 사용했다. 무등록 강사들은 학원이 없는 탓에 수강생들의 집 근처에서 불법교습 활동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오씨와 한씨가 각각 동일 전과 4범,1범으로 대포통장으로 자금을 관리하며 지능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족집게’ 운전면허 강사로 유명한 신모(49)씨가 한 면허시험장의 평행주차 시험장 우측 철제 펜스에 자신의 교습생들이 주차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몰래 페인트칠을 해 놓았다. 서울지방청 제공
운전면허 시험 개선으로 올 하반기부터 시험이 어려워지는 점을 노린 ‘불법 족집게 운전교습’ 일당도 붙잡혔다.

족집게 강사로 유명한 신모(49)씨는 가짜 운전면허학원 홈페이지를 개설한 뒤 총 16명의 브로커와 무등록 강사를 통해 수강생을 모집하고 불법 교습하는 수법으로 2억 1000만원을 챙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신씨 역시 저렴한 가격과 집 근처에서의 운전교습을 무기로 내세웠다.

신씨는 특히 서울 망원동 서부면허시험장의 평행주차시험 구획 우측 철제펜스에 몰래 페인트칠을 해 자신이 가르친 교습생들이 실제 시험 때 주차를 쉽게 하도록 도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무자격 강사 중 전과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고 수강생의 신분이나 주소가 강사에게 그대로 노출돼 성추행 등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며 “시중 업체보다 값싼 교습비를 내걸었거나 개조한 일반차량으로 교습하는 업체라면 의심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경찰은 하반기 운전면허시험 강화를 앞두고 불법운전교습이 성행하고 있어 전담팀을 구성해 관련 수사에 적극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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