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에 없던 일로 이 문건엔 지난해 12월 16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된 사전검사 날짜별로 담당 검사역 이름에서부터 요구자료, 수검내용 및 현황 등이 낱낱이 기록돼 있다.
금감원은 수검자료 유출은 `검사방해` 우려가 있고 검사업무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며 법적조치 등 강경 대응방침을 밝히고 있다. 국민은행은 국민은행대로 전일(14일)부터 진행된 종합검사에 영향을 미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오늘중으로 관련자에 대한 인사문책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홍영표 의원실에서 입수한 금감원 검사 수검일보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남대 MBA대상자 명세, 기부금 지원 명세, 사업그룹별 용역계약, KB창투의 영화 투자 관련 법률검토자료 및 리스크관리위원회 자료 요구 등 광범위한 사전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첫날인 지난달 16일엔 해외사업부를 방문해 카자흐스탄 BCC은행 투자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 BCC 거액여신 명세, 고정이하 분류 여신 보유업체 등의 상세한 내용을 요구했다. 국민은행에 손실을 끼친 BCC투자가 적절했는지 여부를 따져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커버드본드 발행과 관련된 자료 요청도 있었다.
이날은 준법감시인의 배석하에 행장 운전기사 2명에 대한 면담도 이뤄졌다. 다음날인 18일과 21일 총 3일간에 걸쳐 본부부서장 인터뷰 등을 통해 행장 차량인 2호차의 개인적 용도 사용 여부 , 1·2호차로 구분해 운영하던 시기, 렌탈비용 및 주유카드 집행실적 등을 심층조사 하기도 했다. 아울러 비서실장으로부터 전일 기사 2명 면담때 시작시간이 지연된 사유에 대한 경위서까지 제출받았다.
21일엔 국민은행 자회사인 KB창투의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라는 영화 지원과 관련한 법률검토자료와 리스크관리위원회 심의회 등의 자료를 요청했다. 지난 2007년 KB창투는 해당 영화 제작 및 마케팅활동 지원으로 15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국민은행 노조는 강 행장이 자신의 지인이 감독을 맡은 영화에 실무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지시했고 결과적으로 은행에 손실을 끼쳤다며 이같은 부당지시는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같은 상세한 검사 내용이 담긴 수검일지는 국민은행 측이 행장이나 임원 보고용으로 매일 작성한 것이다. 그런데 이 일지가 금감원의 국민은행에 대한 종합검사가 시작된 전일(14일)부터 일부 언론을 통해 유출됐다.
금감원에선 은행 담당 부장이 의도적으로 이를 유출, 홍영표 의원실로 들어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은행법 등 관련 법규 검토결과를 토대로 수사의뢰 등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민은행은 "금융당국에 누를 끼치게 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오늘중 관련자 인사문책을 실시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