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변수 만발..원화, 어디로 가오리까

  • 등록 2003-11-19 오후 3:05:38

    수정 2003-11-19 오후 3:05:38

[edaily 최현석기자] 국내외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외환시장도 방향 설정에 애를 먹고 있다. 19일 달러/원 환율은 달러약세 분위기 영향으로 소폭 하락했으나, 한-일 당국 노력 등으로 박스권을 벗어나지는 않고 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박스권 유지 가능성을 점치면서도 환율이 테러나 카드사 문제 등 대내외 변수에 따라 언제든 돌변할 수 있는 만큼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통화 전쟁..통상 마찰로 확대 기미 우선 미국의 통화강세 압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전날 달러 가치는 미국이 중국 섬유제품에 대해 새로운 쿼터를 부과한다는 소식으로 급락했다. 유로에 대해서는 사상 최저수준까지 떨어졌다. 중국측은 상무부의 미국 제품 수입을 위한 출장 취소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을 시사하며 맞대응하고 있어 통화 전쟁이 통상 마찰로 번질 기미가 엿보이고 있다. 외환 전문가들은 미국측의 아시아 통화강세 압력이 통상 마찰을 무릅쓰고 있는 만큼 달러약세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뮤츄얼 펀드 부정거래 문제와 안전자산 선호 현상 등으로 미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점도 달러를 약세로 몰고 갈 요인으로 꼽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장원창 박사는 “미국이 달러약세를 방치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며 “내수가 살아나기 시작한 일본이 예전처럼 무리한 개입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우리 당국도 대세에 따른 달러/원 환율 하락은 어느정도 용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문제도 부각..수출호조론 `미흡` 그러나 국내 사정이 악화 기미를 보이고 있어 원화가치가 강세를 보일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연말 카드 대란설이 다시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는 데다 국내 증시가 미 증시 하락 영향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 그동안 국내 주식매수에 열을 올리던 외국인도 오랜만에 거래소에서 이틀연속 순매도를 나타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환율이 카드사 문제와 대기업 비자금 문제 수사 등 영향으로 카드 부실과 SK글로벌 사태로 급등한 지난 3~4월과 유사한 현상을 보일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FX스왑 시장에서는 원화 유동성 문제가 북핵 리스크 등을 통해 외화 유동성 악화로 전이되며 스왑포인트 급락과 환율 급등이 초래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일부 참가자들은 한일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쿠데타에 따른 북한 붕괴 및 유사시 핵무기 사용 가능성 등을 언급한 이후 컨트리 리스크 확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물론 수출이 지속적으로 호조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는 있으나, 우리 당국은 수출 개선만으로 원화 강세를 용인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이날 내년 수출이 21%의 높은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환율 하락으로 채산성은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카드사 등 국내 문제가 악화되며 환율로 전이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장 환율을 상승반전시킬 요인은 아니라는 것. 장 박사는 “카드사 문제는 대주주나 은행권 출자 정도로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여 더욱 악화될 경우 내년 4~5% 경제성장 전망도 불투명하게 만들 수도 있다”며 ”이는 달러/원으로 하여금 달러약세 추세를 추종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으나, 국내 카드채 문제가 환율에 주된 변수가 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곳곳에 돌발 변수..“급등락 대비해야“ 국내 악재와 해외 달러 약세 분위기 등 변수가 대립하고 있어 한달간 유지해 온 1170~1190원대 박스권은 당분간 유효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그러나 일부 변수가 힘을 얻을 경우 급격한 한방향 쏠림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다분하다. 특히 이라크 관련 돌발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 일시적인 급등락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달러 가치는 미 경제지표 개선에도 불구, 지난주말 알카에다의 미국인 10만명 공격 경고로 약해진 뒤 이번주 도쿄 중심부 공격 경고가 나오자 엔에 대해 급격하게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라크 파병을 결정한 우리나라 역시 테러 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다. 이미 아프가니스탄 주재 한국대사관 직원들이 자살폭탄 테러 첩보로 긴급 대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고, 알 카에다의 한국 잠입설까지 유포되고 있어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테러 우려감은 겨울철 수요로 오름세를 보이는 유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환율에는 이중적인 상승요인이 될 수 있다. 밤사이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33달러선을 웃돌며 8개월만에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적극적인 방향 탐색 시도가 약해지는 연말로 접어들고 있으나, 올해만큼은 편안한 연말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북핵과 국내 금융 구조적 문제가 겹쳤던 지난 3~4월과는 다를 수 있으나, 테러관련 변수는 독립적으로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장기적인 엔강세가 원화 가치와 어떤 상관관계를 가질 지 여부와 함께 돌발변수에 따른 단기 변화도 주목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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