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카를로스 곤, 일본에서 기괴한 '종교재판' 받고 있어"

  • 등록 2018-11-28 오전 11:01:53

    수정 2018-11-28 오전 11:01:53

카를로스 곤 닛산 전 회장(사진=AFP)
[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카를로스 곤 닛산 전 회장의 체포가 ‘종교재판’과 같다고 27일자(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WSJ은 “한 때 기업 구세주로 불렸던 한 최고경영자(CEO)가 공항에서 체포됐다”며 “그런 후 기소도 없이 구금됐고, 변호사 출석도 없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 관련 불법행위로 유죄라는 주장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가운데 그는 바로 해임됐다”며 “이곳이 공산국인 중국인가? 아니다. 자본주의 일본이며, 곤 전 회장은 이곳에서 기괴한 ‘종교재판’을 견뎌내고 있다”고 말했다.

종교재판은 중세 시대 로마 가톨릭 교회가 이단자를 탄압하기 위해 제도화한 비인도적이고 혹심한 재판을 말한다.

WSJ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곤 전 회장은 파산 위기에 몰렸던 일본의 닛산의 구원자로 칭송을 받았다”며 “그러나 지금은 가족과 연락을 하지도 못하고, 자신의 명예도 지키지 못한 채 구금돼 있다”고 말했다. 일본 법에서는 용의자를 48시간 잡아 가둔 후 최대 20일까지 기소 없이 구류할 수 있다. 또 새로운 혐의가 있으면 그것을 이유로 재체포도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서도 WSJ은 “일본의 이러한 사법제도는 범죄 이력이 없는 글로벌 CEO보다는 야쿠자 조직폭력배에게나 맞는 대우”라면서 “게다가 과거 도시바나 올림푸스에서 회계 관련 범죄가 발생했을 때도 이렇게 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일본 언론들이 보도한 혐의들에 대해 닛산이 그 오랜 시간 동안 모르고 있었다는 것도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곤 회장은 지난 5년간 자신의 보수를 실제보다 약 50억엔(약 500억원) 가량 줄여 보고한 혐의(금융상품거래법 위반)로 체포됐다. 곤 회장의 보수는 공시 사항인데도 닛산이 이를 몰랐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내부, 외부 감사와 재무최고책임자(CFO)는 어디에 있었냐고 반문하며 내부 감사에 더 큰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또 해외에 자회사를 설립해 그 자금을 이용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고급맨션과 레바논 베이루트의 고급 주택을 연이어 사들였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닛산은 이것이 회사 사택인지 개인 주거용인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곤 전 회장의 가족들은 곤 전 회장이 그 주택을 소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WSJ은 “음모론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프랑스 르노보다 닛산의 수익성이 좋아진 가운데 사이카와 히로토 닛산자동차 사장은 르노의 개입에 불만이 컸던 상황”이라면서 “히로토 사장은 곤 전 회장이 구속되자마자 그를 매우 크게 비난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지배 구조상의 갈등 상황이 표출된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WSJ은 “일본의 기업 문화는 항상 배타적이었으며, 곤은 이러한 ‘죽의 장막’을 깬 외국인 CEO였다”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추진해왔지만, 오히려 일본의 국수주의(편협하고 극단적인 민족주의)는 더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사를 투명하게 진행하지 않으면, 이번 사건은 일본 산업계의 오점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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