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다시 2%대로 올랐다. 과일, 축산, 수산물 가격이 오른데다 도시가스 인상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가뭄으로 농산물 가격이 오르거나 치킨 가격이 줄줄이 올라 생계비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꾸준히 오르는 소비자 물가..5개월째 2%대
| 생계비와 직결된 소비자 물가는 작년부터 꾸준히 오름세다. 올해 1월부터는 2%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1% 중반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전년 동월 대비, 단위=%, 근원물가는 OECD에서 사용하는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 출처=통계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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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1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2.0%, 전월보다 0.1%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1% 안팎이었던 소비자 물가지수는 지난 1월 2.0%로 오른 뒤 1.9%(2월), 2.2%(3월), 1.9%(4월)로 5개월째 2% 안팎을 유지했다. 통계청은 “도시가스 요금 인상(1.7%), 축·수산물 가격 강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품목별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6.2%(이하 전년 동월 대비) 올라 한 달 전보다 상승률이 1.7%포인트 상승했다. 봄 채소 출하로 축산물이 11.6%, 수산물이 7.9% 올랐다. 축산물 물가는 2014년 6월(12.6%) 이후 최대로 상승했다. 소비자들이 자주 사 먹는 생선·조개류·채소·과일 등 신선식품지수는 5.6% 올랐다. 신선식품지수는 지난 4월 4.7%로 내려갔다가 지난달 다시 올랐다. 과일 등의 신선과실이 19.7%나 올랐기 때문이다. 달걀(67.9%), 오징어(59.0%), 닭고기(19.1%), 수박(17.1%), 돼지고기(12.2%), 포도(10.9%)의 상승 폭도 컸다.
소비자가 자주 사는 141개 품목 가격을 조사한 생활물가지수는 지난달 2.5% 상승했다. 오름폭이 4월과 동일했다. 다만 외식 메뉴 중에선 BBQ의 가격 인상으로 치킨 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1.6% 올랐다. 우영제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시장에 다양한 치킨 업체들이 있기 때문에 가중치에 비해 물가 지수에 반영되는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BBQ 이외에도 치킨시장 상위 업체들이 가격을 올리면 앞으로 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통계청 “치킨에 물가 상승”..기재부 “가뭄 우려” | [사진=BBQ]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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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핸드백 등 공업제품은 4월 1.5%에서 5월에는 1.4%로 주춤했다. 전기·수도·가스는 1.6% 내렸다. 5월 도시가스 가격 인상으로 도시가스 지수가 10.1% 올랐지만 지난해 12월 누진제 개편으로 전기요금 지수가 11.6% 내려갔기 때문이다. 석유류가 8.9% 올랐지만 전월(11.7%)보다 상승폭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끼쳤다.
전세(3.2%), 보험서비스료(19.5%) 등이 오르면서 서비스 가격은 2.0% 상승했다. 이는 4월(2.2%)과 비슷한 수준이다. 수요 측면 물가 상승 압력을 보여주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1.4% 오르며 상승 폭이 4월보다 0.1%포인트 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의 경우 상승률이 지난 4월과 동일한 1.5%를 유지했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안정적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물가가 크게 급등할 우려는 없지만 불안 요인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번 달에는 ‘가뭄 리스크’가 추가됐다. 이주현 기재부 물가정책과장은 “향후 소비자물가는 최근 유가 조정 움직임 및 AI(조류독감) 진정 등으로 추가 상승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면서도 “가뭄·고온 등 봄철 기상재해, AI 이후 국내 생산기반의 복구 속도 등에 따른 변동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기재부는 물가변동 요인에 대해 선제 대응하고 품목별 수급·가격 안정 대책, 사재기·편승인상·담합에 대한 단속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근원물가(core inflation)=일시적으로 가격 변동이 심한 품목을 물가 조사에서 제외해 물가의 장기적으로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 공급 측 가격 변동 요인을 제거하고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압력을 반영해 근원물가라고 부른다. OECD가 각국의 물가 상황을 비교할 때 이 지표를 사용한다. 한국은행도 근원물가를 참고해 통화 정책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