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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은 김일성 생일 105주년 하루 뒤인 16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실패에 차분하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발사 자체가 실패한데다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대치해 오던 미·중 양국이 접점을 찾았다는 점도 북한 갈등을 누그러뜨리는 모양새다. 군사적 긴장 관계에서 벗어나 대화를 시작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미 플로리다 주(州) 팜비치의 별장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휴식 중이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발사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무력을 포함한 강경 대응을 천명한 이전 도발 때와 대조된다. 아베 신조(安部晋三) 일본 총리도 중국 외교 루트를 통해 북한에 항의했으나 총리 관저 대신 도쿄 시부야 사저에서 관련 보고를 받는 데 그쳤다.
미사일 발사 자체가 실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주변국의 압박에 아랑곳않고 실험을 강행한 것 자체는 문제이지만 이를 굳이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는 전략인 셈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북 미사일 발사 시도의 성공률이 떨어지고 있다”며 “힘을 과시하려는 노력에 김이 빠지는 것은 물론 근본적 기술력에 의문도 나온다”고 전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나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언론은 다만 이번 실패가 차세대 대륙 간 탄도미사일(ISBM) 같은 신무기 개량을 위한 ‘발전적 실험’일 수 있다며 경계감을 유지했다.
중국은 실제 미국이 지금껏 요구해 온 대북 제재 수위를 높이기 시작했다. 중국은 최근 북한산 석탄을 반송한 데 이어 16일 북한 관광을 사실상 규제했다. 17일부터는 중국항공(에어 차이나)이 주 3회 운항하던 베이징~평양 노선 일시 중단한다. 북한의 생명줄인 원유 공급 중단을 뺀 모든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화답하듯 공약으로 내세우며 비판해 오던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검토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16일 북 미사일 발사 실패 이후에도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양제츠 중 외교 담당 국무위원은 전화 통화를 하고 의견을 교환했다고 신화통신이 이날 전했다. 대북 문제에 대해 양국 간 교류가 긴밀해졌다는 방증이다.
한편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긴장감 고조 속에서도 미국이 공습한 시리아와 달리 북한에 대해서는 선제타격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리라 분석했다. 미국이 1953년 국제연합(유엔)의 휴전 협정 위반을 감수하면서까지 북한을 공격하기엔 명분이 약한데다 상호방위 조약을 맺은 중국과 전면전 땐 막심한 피해가 불가피한 한국·일본 등 주변 동맹국의 반대, 현실화하고 있는 북핵 위협 등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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