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고가 공사장, 예술 공간으로 변신

현장 가림벽에 다양한 그림 그려넣어
  • 등록 2016-03-31 오전 11:15:00

    수정 2016-03-31 오전 11:15:00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차도에서 인도로 바꾸는 공사가 한창인 서울역고가가 지역 젊은 디자이너들의 손을 거쳐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서울시는 노후한 상판 철거작업이 진행 중인 서울역고가 공사 현장 가림벽 총 420m에 초록보행길 위를 걷는 다양한 시민들의 발과 서울역 일대를 대표하는 산업과 문화를 소재로 한 공공디자인을 입혀 준공 전까지 전시한다고 31일 밝혔다.

가림벽 디자인은 현대카드, 아모레퍼시픽의 디자인을 총괄한 바 있는 브랜드 디자이너 오준식 대표가 이끄는 디자이너 그룹인 ‘베리스트릿키친(Very Street Kitchen)’의 재능기부로 이뤄졌다.

△서울역고가의 퇴계로 방면 진출입부에 설치된 가림벽에는 남대문시장을 대표하는 옷과 카메라, 안경이 그려져 있다.
이들은 지역주민으로서 공사기간 중 가림벽을 그냥 두는 것보다는 초록보행길과 어울리는 밝은 이미지를 입혀 지역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디자인 재능기부를 서울시에 제안했다.

가림벽이 설치되는 구간은 총 3곳으로 서울역 앞 고가 본선(300m)과 고가 양쪽 퇴계로·만리동 방향 진·출입부(각 60m)다.

고가 진·출입부는 지난 달 25일 가림벽 설치를 완료했으며, 본선 부분은 이달 중순 설치될 예정이다.

고가 본선 중 서울역→숭례문 방향은 꽃과 나무가 우거진 보행길을 상징하는 ‘초록색’을 바탕으로, 보행길을 걸어가는 다양한 시민의 ‘발’을 형상화한다.

특히 휠체어를 탄 사람의 모습은 ‘무장애 보행환경’을 갖추게 될 서울역고가의 미래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서울역고가 보행길은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최소 2.5m 이상 폭을 확보하고, 고가 진·출입부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턱을 낮추고 점자블럭을 설치할 계획이다.

반대 방향인 숭례문→서울역 방향은 과거 이곳을 오갔을 옛 사람들의 모습을 한복자락·가죽·비단·나무·짚 같은 다양한 소재의 전통신발을 통해 표현할 예정이다.

퇴계로와 만리동 진·출입부에 설치된 가림벽(높이 4m, 길이 60m)은 서울역 일대의 산업과 문화를 소재로 삼았다.

퇴계로 쪽 가림벽은 남대문시장의 대표 품목인 아동복, 잡화, 주방용품, 화훼, 안경·액세서리, 카메라를 담았다. 만리동 쪽 가림벽은 봉제산업과 예술인 협동조합, 아트&디자인 스튜디오를 상징하는 재봉틀과 줄자, 가위, 펜과 붓, 페인트 롤러 등으로 꾸며졌다.

오준식 대표와 베리스트릿키친의 디자이너들은 “매일 서울역고가를 보면서 생활하는 지역주민으로서 재능기부를 제안하게 됐다”며 “서울역고가 일대가 꽃과 나무가 있는 초록보행길로 변신을 앞둔 만큼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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