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둥=이데일리 윤도진 특파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발표된 지 사흘째인 21일. 중국의 북한 최접경도시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에는 북한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이들을 상대하던 중국 상인들은 연말 대목을 망쳤다며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다.
북한 민간인들이 중국에 출장왔다가 돌아가는 길에 일용품 식료품 등을 많이 사간다는 단둥 세관 앞 소매상점 거리 이징제(一經街)에는 전날 저녁 이후 북한 손님들이 싹 사라졌다.
| ▲ 단둥 세관 앞 텅빈 이징제. 북한 사람들이 북적이던 이 길은 김 위원장 사후 인적이 드물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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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사람들이 커피와 담배 과자 등을 많이 사간다고 밝힌 한 식료품점 중국인 주인은 "원래 이 앞길에 조선(북한) 사람들이 많이 다녔는데 오늘은 한 명도 보이질 않는다"며 "연말이면 한꺼번에 몇 박스씩 사가는 사람도 많았는데 올해는 장사를 망쳤다"고 말했다.
일용품 도매상들이 모여있는 신류부싱제(新柳步行街) 상인들도 이 지역 `큰 손`인 북한 무역상들이 사라지자 울상이 됐다. 대형 잡화점 사장 펑(彭) 씨는 "손님 열명 중 두셋은 조선 사람이었는데 엊그제부터 주문이 끊겼다"고 전했다.
현지 소식통은 "이런 엄중한 상황에 사업을 한다고 외국에 있다가는 상부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된서리를 맞기 십상"이라며 "그래서 관료는 물론이고 민간인들도 서둘러 돌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단둥 세관에서는 북한으로 가는 정부 차원의 조달물자 외에 민간 물품은 통관이 막힌 것으로 전해졌다.
◇ "대장있어 다행" Vs "어려서 불안"
중국 국적을 가진 이 지역 북한 교민들은 김 국방위원장의 권력을 이을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해 엇갈린 의견들을 내놨다. 북한이 의도적으로 김 부위원장으로의 권력 승계를 강조하는 것 역시 이런 주민들의 시각차를 사전에 정리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압록강이 내려다보이는 북한 영사부에 마련된 분향소 앞에서 만난 북한 재중 사업가 한 씨는 "모두들 큰 슬픔을 겪고 있지만 그래도 김정은 대장님이 있고 기반도 닦였으니까 마음이 놓이고 위로가 된다"며 기대를 표시했다. 북한인들을 상대로 하는 한 상점에서는 김일성-정일-정은 삼대의 사진을 나란히 걸어놓은 모습도 목격됐다.
| ▲ 중국 무역회사에서 20년째 북한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강 씨와 인터뷰하고 있는 본지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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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아직 경험이 부족한 지도자를 맞게돼 불안하다는 이도 있었다. 중국 무역회사에서 20여년간 북한에 드나들며 사업을 했다는 조선족 교포 강 모씨는 "조선에서도 너무 어리고 경험이 없어 일을 옳게 하겠냐는 얘기가 많았다"며 "장성택(김정은의 고모부, 국방위 부위원장)이 올라가야 했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 `비상시국` 경제 안정화 더 어려워
향후 북한의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섞인 시선도 있다. 교포 강 씨는 "최근까지도 중국인이 합작투자했다가 망한 회사들이 부지기수"라며 "더구나 이런 시기에 사업들이 안정적일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하지만 조선은 중국에 완전히 의지할 수 밖에 없고 중국에도 북한 시장을 노리고 기다리고 있는 사업가들이 많다"고 했다. 북한 경제가 중국에 종속될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류밍(劉鳴) 상하이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소장은 "북한 경제 상황이 당분간 쉽게 개선되기 어렵지만 북한 내부에 큰 변화가 없다면 중조(북중)관계는 지속될 것"이라며 "하지만 김정은 시대에 개혁개방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북미관계가 개선된다면 지금과 같은 긴밀한 북중관계는 다소 변화를 맞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 ▲ 단둥 압록강변 항일 기념 조형물 `리위판`(力与帆)뒤로 북한 신의주의 모습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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