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국토부 "모두 풀자"에 재정부 "신중접근"

`부동산 3대 규제완화` 놓고 부처별 이견
윤증현 재정부 장관 내정자 입장 `주목`
  • 등록 2009-01-29 오후 4:12:09

    수정 2009-01-29 오후 4:26:47

[이데일리 이숙현기자] 한나라당이 29일 ▲분양가 상한제 폐지 ▲지방 미분양 아파트 5년간 양도세 면제 ▲`강남 3구`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해제 등을 2월내 처리하기로 방침을 정한 가운데 정부 부처간에 일부 의견이 달라 그 결과가 주목된다.

한나라당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과밀억제권역 이외의 미분양 주택 구입시 양도소득세 한시 면제 등 부동산 규제와 관련한 법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개정하기로 했다.

또 강남 ․서초 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에 대한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도 적절한 시기에 해제하도록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서는 시행령만 고치면 가능하다.

한나라당과 국토해양부는 각각 "경기 활성화", "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규제를 모두, 그것도 한꺼번에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투기 문제 등 전반적인 경제효과를 따져봐야 하는 기획재정부 입장에서는 무턱대고 동의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 한나라당, "부동산 3대 규제 완화 밀어 붙이겠다"

작년부터 "결국은 타이밍의 문제(최경환 수석정조위원장)"라며 여론의 추이만을 보고 있던 한나라당은 규제완화 문제를 이번 임시국회 때 당 차원에서 확실히 밀고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김광림 의원은 이날 이데일리와의 전화통화에서 "2월 임시국회에서 부동산 규제완화 관련 법안들을 처리하기로 했으며 이것을 당론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강남3구` 규제완화에 대해 "기대감이 시장에 이미 반영돼있고 가격 상승의 경우에도 그 영향이 강남권에 그칠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지방 미분양 아파트 양도세 한시 폐지에 대해서는 전문가 및 정부 관계자 의견을 빌어 "예외적인 조치이긴 하나 미분양 주택 해소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관련해서도 "추가적인 분양가 하락을 기대하기는 곤란하지만 장기적으로 주택공급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고 내다봤다. 올해 주택공급이 급감할 우려가 있으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수급불안을 야기해서 집값을 크게 올리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데,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이를 일정부분 상쇄할 수 있다는 논리다.

◇ 국토부, "한나라당과 의견 같이 한다"
 
국토부는 이미 작년 대통령 업무보고 때부터 이번 `부동산 부양 트로이카` 정책을 추진해왔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당과 좀 더 협의하라"고 해서 보류 상태로 있었지만 규제 완화는 국토부의 신념과도 같아 보인다.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부동산 규제 완화는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집값이 다시 뛸 경우) 거래나 가격 위주의 규제보다는 금융 등 거시적인 부분으로 (부동산 규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규제완화 등으로 강남 등 일부 지역의 집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 합동 조사결과, 호가는 뛰고 있지만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어 실제 거래가격 상승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분양가 상한제와 관련해 “집값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따른 효과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문제만 일으키고 있다”고 말하고, “정부가 추진 중인 3가지 부동산 규제 완화가 한꺼번에 풀려야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 표정 밝지 않은 재정부 "신중해야"..윤 내정자 입장 `주목`
 
하지만 재정부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양도세 한시 제한을 제외한 나머지 문제, 특히 `강남3구` 규제 완화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작년부터 완화 조짐이 보이자 시장의 기대감과 함께, 서울시의 한강변 초고층 재건축 허용 계획 발표 등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조금씩 들썩이기 시작했다는 게 그 이유다.

재정부 한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 돈이 많이 풀려 있는 상황에서 돈의 흐름을 분석해야 한다"며 "보통 신학기가 시작되는 2~3월에 실질적인 부동산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지난해 국토부 업무 보고를 전후해 규제완화 얘기가 흘러나오자 12월 28일경부터 강남 일대 부동산 가격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며 "급매물 빼고는 당장 매물이 없어지는 등 거래 가격상승 조짐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잠실주공5단지 115㎡ 호가는 제2롯데월드를 호재삼아 2억원(9억2500만원→11억2500만원) 가량 뛰었고, 실제 거래가격도 1억원 가량 올랐다. 또 최근 서울시가 한강변 아파트의 초고층 재건축을 허용하기로 하면서 압구정동, 여의도동, 동부이촌동 집값이 오르는 추세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재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 문제에도 신중한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상한제가 순기능을 했다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며 "경기가 이렇게 안 좋은 상황에서도 지방 저가 아파트 거래가 인기를 끌었던 것은 상한제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은 건축비를 낮추고 집값 안정시켜야 한다는데 당에서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논하고 있으니 반대로 가는 모양"이라며 "강남 지역만 본다면 모를까 이렇게 규제를 모두 푼다고 해서 전반적인 경기 사정이 좋아진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무엇보다 관심이 쏠리는 건 윤증현 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느냐는 점이다. 윤 내정자는 참여정부에서 금융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도입한 바 있어 향후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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