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양미영기자] 외국인의 서늘한 입김에 `경기선`이 힘없이 무너졌다. 8개월만이다. 그러나 더 큰 고민은 120일선 방어를 위한 시장의 치열한 공방이 없었다는 것이다.
기관이 오후들어 매수에 가담하긴 했지만 적극적으로 나선 쪽은 없었다. 지난 21일 `경기선`을 사수하는 공신 역할을 했던 기금도 이날은 소량의 순매도를 기록했을 뿐이다. 매수주체를 잃은 시장은 더 쉽게 밀릴 수밖에 없다.
경기선이 하루 깨졌다고 경기가 꺾였다고 단정하는 것은 이르다. 대개 주요 저항선이 깨지면 이를 만회하기 위한 반발 매수세가 반사적으로 나오기 마련이다. 하루이틀 더 하회하더라도 회복하기 위한 구실이 아예 없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 경기가 꺾였다는 징후도 아직은 찾기 힘들다.
그러나 시장은 지겹도록 느린 회복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정확히 언제 그리고 과연 최후에 얼마나 경기가 회복돼 있을 지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특별한 변수가 터지지 않는 이상 가까운 시일내에 경기에 활력이 치솟기를 바라기는 어렵다.
적어도 속 시원하게 회복 징후를 보여주지 못하는 지표나 북핵, 미국의 쌍둥이 적자, 환율, 고유가등 국내외 변수만을 놓고 보자면 낙관보다는 비관쪽으로 생각이 기울어진다.
그래서 이날 회복징후를 보여준 3월 산업활동 지표도 별반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시장으로서는 기별도 안간다는 반응이었다. 실물경기가 바닥을 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본격적인 판단은 다시 한달간 유보됐다. 경제수장도 애매하기는 마찬가지다. 한덕수 경제부총리 역시 경기회복 기조는 분명한데 바닥을 쳤는지는 평가하기 힘들다는 모호한 답을 내놨다.
경기회복을 가늠하기 힘들 게 하는 악재들도 여전하다. 단골손님처럼 시장을 드나드는 환율과 유가도 결국 알게모르게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수출로 내수부진을 손쉽게 만회했던 현대차는 환율 덕에 형편없는 1분기 성적표를 내놨다. 내수가 그만큼 살아난 것도 아니었다. 유가도 급등락이 반복되며 50달러선 초반대를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지만 일단은 그게 다다.
이날 한국을 찾은 스티븐 로치는 현 미국 시장의 침체를 부인하면서도 국제 유가가 밸럴당 50달러를 지속할 경우 하반기 침체를 각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과연 그 답다.
중국이 위안화절상을 절대 할 필요는 없지만 막무가내인 미국때문에 어쩔 수없이 통화절상을 하게될 것이라는 논리는 `시장윤리와는 상관없이 일단 통화절상을 각오하라`는 경고음으로 정도로만 해석된다.
아직 시장은 답을 얻지 못했다. 예컨데 경기회복 정도가 10일지 5일지도 도무지 가늠하기 힘들거니와 10을 생각했는데 5에 그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밤사이 발표되지만 예상치인 3.6%가 `높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낮지도 않은 수치`로 이미 평가되고 있다.
5월이후 예정된 재료들의 불확실성에 더해, 다시 내일(29일)이 주말인 동시에 4월의 마지막 거래일임을 감안해도 시장은 고민의 시간을 더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