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여의도를 떠나 지금은 유튜브를 통해 더 넓은 세상을 본다는 그들. 변두진 워크프리 대표, 채상욱 전 애널리스트, 천영록 두물머리 대표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있는 두물머리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내리막 여의도에서 오르막 유튜브로 이사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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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 사무실에 도착해 있던 또 다른 사람은 천영록 대표와 변두진 대표. 두 사람은 자신의 사업체의 대표를 맡으면서 유튜버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천영록 대표는 6년 전 증권가에서 나와 두물머리라는 스타트업을, 변두진 대표는 1년 전 퇴사해 워크프리라는 스타트업을 세웠다. 이 세사람은 각자 인생경로가 조금씩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증권업계를 떠나 현재는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채씨는 “애널리스트 생활을 시작한 2011년부터 코스피 시장은 박스권에 갇히고 기관들에 의한 재미없는 주식시장이 이어져 왔다”며 “여의도라는 고인물에서 사양산업에 종사하는 기분을 많이 느꼈는데 지금은 유튜브를 하면서 더 넓은 사람과 소통하는 게 즐겁다”고 설명했다. 채씨의 현재 소득은 베스트 애널리스트 시절의 약 10분의 1이다. 다른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지도 않다.
내가 1을 보여주면 구독자가 2를 보여주는 유튜브의 매력
그렇다면 무엇이 그들을 유튜브 앞에 앉혔을까? 유튜브의 가장 큰 매력은 시청자와의 즉각적인 피드백이라고 세 사람은 입을 모은다.
변 대표는 “나는 기업이나 산업을 주로 공시된 자료를 통해 분석하는데 어떤 때엔 진짜 해당 산업이나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이 댓글을 달 때가 있다”며 “내가 제공했던 정보 이상의 정보들이 구독자를 통해 추가되는 등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여의도를 떠난 ‘민간인’일지라도 돈 얘기를 하는 건 여전히 민감한 일이다. 특히 유튜브에서 언급해도 되는, 혹은 안되는 항목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자본시장에 모종의 영향을 미친다면 금융당국도 가만히 있진 않을 터.
그래서 그들도 지키고 있는 ‘본인만의 컴플라이언스’가 있다. 변 대표는 “지금 막 주가가 오르고 있는 종목들을 분석하면 조회수랑 구독자는 늘겠지만 타오른 장작에 내가 불지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시장에서 소외돼 있는 종목들은 진짜 정보가 부족할 때가 많은데 그런 종목들을 주로 분석해 개인에게 정보를 제공한다”고 언급했다. 실제 지난 3월 네이버(035420) 분석영상을 올렸던 변 대표는 최근 더 분석해 달라는 구독자의 요구가 밀려듦에도 네이버를 더 다루지 않고 있다. 대신 이마트 등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는 종목을 분석한다.
천 대표는 “혼탁한 것과 깨끗한 콘텐츠를 나눠서 규제하면 둘 다 죽어버린다”며 “생태계가 단단하게 굳어지면 혼탁한 것과 깨끗한 것이 자연히 나뉘고, 그러다 보면 깨끗한 것이 자연히 눈에 띄게 되니 생태계를 단단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퇴사 후 유튜버?…“자신을 돌아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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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대표 역시 “창업이나 유튜버 전직은 적극 추천 한다”면서도 “자신이 시간을 효율적·열정적으로 쓸 수 있는 사람은 환영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경우 비즈니스를 공부하고 경영자를 분석하는 주식투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사업을 해보길 추천한다”고 귀띔했다.
향후 금융업 전용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을 만들어 ‘제 2의 도티’가 되고 싶다던 채씨도 비슷한 말을 했다. 채씨는 “따박따박 꽂히는 월급이 사라지니까 새벽에 일어났을 때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심리가 불안해지긴 하더라”며 “자기 커리어에서 도피가 항상 정답은 아니고, 내가 무슨 일을 좋아하고 무엇을 더 잘하냐에 용기있게 질문을 던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