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김치프리미엄]②韓서 더 비쌀 수밖에 없는 몇가지 까닭

글로벌 재정거래 기회 없어 가격 차이 해소 쉽지 않아
국내외 과세·거래절차·규제방식 등 차이점도 웃돈 초래
  • 등록 2018-01-09 오전 11:20:02

    수정 2018-01-09 오후 2:38:23

‘김프로’라는 유저가 만든 김치 프리미엄 실시간 정보 사이트 화면 캡처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이처럼 국내 암호화폐 원화 거래에 과도한 프리미엄(=웃돈)이 붙고 있고 정부의 규제 칼날은 갈수록 날카로워 지고 있지만 암호화폐를 원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수요는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국내 암호화폐 가격에 높은 웃돈이 붙는 건 단순히 국내 투자자들의 투기적인 성향 때문이 아니라 암호화폐 투자수익금에 대한 과세나 거래절차상 차이, 지정학적 리스크, 인접국가 세력들의 시세 조종 등 여러 복잡한 이유들이 얽혀 있는 만큼 당분간 김치 프리미엄이 쉽사리 해소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대 50%에 이르는 김치 프리미엄이 존재하는 이유는 몇 가지로 해석 가능하다. 첫째 과세체계의 차이가 있다. 암호화폐 거래로 벌어들이는 수익금에 세금이 붙는 달러 거래와 달리 국내에서는 세금이 따로 없다보니 상대적으로 가격 프리미엄이 더 높게 형성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찌감치 암호화폐를 투자자산으로 인정한 일본과 영국은 물론이고 미국도 올 1월1일부터 암호화폐 투자에 따른 양도차익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상품으로 해석해 부가가치세를 물리고 있다. 특히 미국은 올해 세제 개편안에 IRC섹션1031(a)(1) 수정사항을 담았는데, ‘거래소와 같은 형태로 부동산이나 예술품, 실물자산을 교환할 경우 소득세를 물지 않도록 한다’는 부분중 ‘거래소와 같은 형태’라는 문구를 제외했다. 앞서 미 국세청은 이미 지난 2014년 3월부터 암호화폐를 ‘주식과 채권 및 기타 투자자산’으로 인정했던 만큼 이번 수정사항으로 암호화폐 거래에 대해 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게 됐다. 1년 이하로 암호화폐를 보유하다 거래할 경우 양도차익에 따라 10~37% 세금을 매기는 반면 1년 이상 장기투자일 경우 23.8% 단일 세율을 물리도록 해 장기투자를 유도하는 배려까지 담았다.

둘째로 규제의 차이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이달 20일부터 거래실명제를 도입하기로 하는 등 규제 칼날을 세우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암호화폐 규제는 사실상 전무했다. 투자자들이 원하는 만큼 가상계좌로만 암호화폐로 돈을 입금하고 충전 가능한 나라는 한국 뿐이었다. 미국에서는 주소지, 소셜시큐리티넘버(우리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 인증을 엄격하게 하고 있다. 총 3차 인증까지 마쳐야 1주일에 최대 20만달러까지 투자 가능하며 만약 인증이 없을 경우. 1주일에 1만달러로 투자금이 엄격히 제한된다. 또한 미국에서는 비트코인 선물이 상장되면서 가격 하락에 베팅할 수 있는 수단이 생겨난 반면 선물 투자가 불가능한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제어할 수 없다는 면도 있다.

셋째 거래소 투자절차의 차이점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빗썸이나 업비트, 코인원 등은 원화만 가지고 있으면 간편하게 비트코인은 물론 이더리움, 리플 등 알트코인들을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달러화로 비트코인을 매수해 비트코인으로 알트코인을 사고 파는 거래소나 알트코인을 살 수 있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테더 등만 전문적으로 사고 파는 거래소 등으로 나눠져 있다. 이 때문에 실시간으로 시세 움직임에 대응해 알트코인을 사고 파는데 있어 한국 시장이 해외보다 유리한 상황이다.

끝으로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도 차이를 만드는 요인이라는 해석도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정부에 대한 불신이 강한 편이고 북한과 휴전 상태에 있는 만큼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다는 점도 법정화폐보다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암호화폐에 대한 매력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국내 시장 특유의 쏠림 현상도 한 몫한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 나라보다 암호화폐 가격이 더 높은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여전히 매수수요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방증일 수 있다.

문제는 국내외 가격 차이를 이용한 재정거래(무위험 차익거래)가 활발하다면 가격 괴리가 좁혀질 수 있지만 그런 거래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8일(현지시간) 국내 거래소 시세를 제외하기로 한 코인마켓캡도 “재정거래 기회가 제한적”이라고 인정했다. 국내 암호화폐 가격이 50% 이상 비싸다해도 암호화폐 가격 변동성이 워낙 큰데다 환율 변수가 있고 본인 명의의 해외 계좌를 만들고 해외 거래소에 달러를 송금하는 일도 차단돼 있다보니 재정거래는 극히 비현실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암호화폐 정보전문 스타트업인 블락지(BlockZ)코리아 함정수 대표는 “이같은 국내외 해외 암호화폐 거래의 차이점이 국내 가격의 상대적 프리미엄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어찌 보면 이는 자연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며 앞으로 정부 규제로 가격이 안정된다 해도 어느 정도의 김치 프리미엄은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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