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럴까. 계약 이행을 가로 막는 걸림돌이 당사자들간에는 풀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당국은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란 이유로 HSBC의 외환은행(004940) 인수 승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
이 재판은 `외환카드 주가조작 의혹 사건`과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에 관한 것으로, 외환카드 주가조작 건은 올 초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4월이 지나고 나면 외환은행 매각은 원점으로 돌아온다. 물론 론스타가 HSBC에 기회를 더 줄 수도 있다. 그러나 딜을 추적하고 있는 시장 관계자들은 생각이 다르다. '외국인에게는 은행을 못판다'는 것이야말로 매각 승인 신청건이 금융감독당국에 올라간 이후 반년여동안 론스타가 값비싸게 깨달은 교훈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이 교훈이 진실이라면 론스타로서도 더 이상 HSBC와의 계약을 연장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이 사실을 잘 아는 듯 국민은행(060000), 하나금융 등 외환은행에 관심을 보여 온 은행들은 "다시 인수에 나서겠다"고 공공연히 얘기한다. 국민연금 역시 4월 이후 다시 매물로 나올 외환은행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물론 HSBC와의 딜이 원점으로 돌아갈 경우 이들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닐 듯 싶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금융감독당국이 HSBC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보류하면서 내민 `재판 진행 중`이란 명분은 HSBC 이외의 다른 국내 원매자들한테도 똑같이 적용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재판 중이라 안된다`던 감독당국 인수 승인이 국내 은행이 인수키로 했다고 해서 `재판 중이라도 괜찮아`로 순식간에 바뀔 가능성을 기대하긴 상식적으로 어렵다.
이 때문에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HSBC를 끌어들인 UBS가 결과적으로 아까운 일꺼리 하나를 날려버렸다는 소리도 나온다.
가장 답답한 당사자는 물론 론스타다. 투자기간이 만료돼 펀드 투자자들로부터 자금 회수 압박에 시달린다면 더 조급할 수 밖에 없는 처지일 것이다.
그나마 한가지 희망을 걸어 볼만한 대규모 현금 배당 계획도 최근 산업은행의 선수(先手)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외환은행이 상당한 주식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건설 매각 계획이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042660) 매각 착수` 발표로 인해 뒤로 밀려버리고 만 것이다.
외환은행이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매각 착수 발표에 발끈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이해하는 것과 공감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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