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有故 대비 核가방 들고 은신

장관중 한 명 부시가 지명… 연설끝나면 일상으로
  • 등록 2005-02-04 오후 8:29:26

    수정 2005-02-04 오후 8:29:26

[조선일보 제공]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2일 연방의회 국정 연설에는 행정부 각료들과 딕 체니 부통령 겸 상원의장, 하원의장을 비롯한 의원들이 대부분 참석했지만, 부시 대통령의 최측근인 돈 에번스 상무장관은 없었다. 어디 간 것일까? 에번스 장관은 그때 대통령 유고(有故)시에 대비해, 의사당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공개되지 않은 곳에 홀로 있었다. 혹시라도 국정연설장에서 불의의 사태가 발생해 행정부 전체가 마비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장관들 중 한 명은 연설장에 참석하지 않는 전통을 따른 것이다. 일반적으로 미 대통령 유고시에는 부통령→하원의장→상원의장 대행→국무장관→재무장관→국방장관→법무장관의 순으로 권력이 승계된다. 그러나 국정 연설장과 같이 최고 수뇌부가 모두 한자리에 일시적으로 모였다가 동시에 불의의 사태를 맞는 경우를 대비해, 또다시 매우 한시적인 ‘대역’을 별도로 설정한다. 대통령 유고시에 대비한 장관으로 지명되면, 비록 몇 시간이지만 대통령 수준의 특급 경호를 받는다. 3일 워싱턴 포스트는 빌 클린턴 대통령의 국정 연설 때, 댄 글리크먼 당시 농무장관이 대통령 유고에 대비한 각료로 선정됐던 경험을 소개했다. 글리크먼이 국정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뉴욕에 있는 딸을 만나기 위해 갔을 때에는 비밀 경호원과 주치의, 핵무기 발사 버튼이 담긴 핵가방과 암호를 지닌 무관을 대동했다. 하지만, 클린턴의 연설이 끝나는 순간 이들은 ‘임무 끝’을 선언하고 사라져 버렸고, 그는 빗속에서 딸과 택시를 잡아야 하는 신세가 됐다. 글리크먼은 “한순간 세계 최고의 지위에 있다가, 갑자기 택시를 잡는 평범한 시민이 돼버렸다”면서, “권력이 얼마나 무상한 것인가를 절실히 느꼈다”고 회고했다. 2일 부시의 국정연설 때는 공화·민주당의 몇몇 상·하원 의원들도 모습을 감췄다. 미 대통령 권력 승계2위인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의 유고에 대비한 존 두리틀(공화), 조지 밀러(민주) 하원의원, 3위인 상원의장 대행의 테드 스티븐스 상원의원(공화)과 켄트 콘래드 의원(민주)들은 연설회장에 가지 않고, 다른 곳으로 ‘피신’했다. 대통령 유고에 대비한 대응책은 이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9·11 테러 직후에는 또 다른 테러 공격이 있을 것에 대비해, 딕 체니 부통령이 부시 대통령과 격리돼 거처와 집무실을 다른 곳으로 옮겼었다. 또한 각 부처의 고위관리 100여명으로 구성된 그림자 정부가 미국 동부 모처에 마련된 비밀장소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그림자 정부’는 냉전 시대에 마련된 ‘운영지속 계획’에 따라 워싱턴이 최악의 공격에 직면할 경우에도 연방정부가 기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대비한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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