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서 소리도 못 질러”…횡단보도서 女 유학생 폭행한 30대 男 검거

  • 등록 2024-01-16 오후 12:12:19

    수정 2024-01-16 오후 12:12:19

(사진=뉴시스)
한 외국인 유학생이 횡단보도에서 모르는 남성에 폭행을 당한 가운데, 가해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16일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전날 오후 4시 30분께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서 30대 남성 A씨를 붙잡아 임의동행 후 조사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12일 오후 4시께 동대문구 휘경동의 한 횡단보도를 건너던 싱가포르 국적 여성 유학생 B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4∼5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A씨의 범행으로 B씨는 얼굴 부위가 빨갛게 부어오를 정도의 경상을 입었다.

사건 당일 다행히 주변에 있던 다른 시민이 A씨를 제지했고, B씨는 그 자리를 피해 경찰에 신고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A씨는 현장을 벗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 현장 바로 앞 가게에 폐쇄회로(CC)TV가 있었지만, 작동하지 않아 범행 당시 상황이 찍히지는 않았다고 한다. 경찰이 다른 곳의 CCTV 영상 등을 토대로 A씨를 추적한 결과, 사건 발생 3일 만에 A씨를 검거했다.

이후 B씨는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을 통해 당시 범행을 목격한 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B씨는 “횡단보도를 멀쩡히 건너고 있는 도중에 반대편에 서 있던 남자가 아무말 없이 뺨과 코쪽을 무작정 주먹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놀라서 소리도 못 질렀다”며 “같은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여러 번 고민하다 글을 올린다. 경찰 조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목격자나 블랙박스 영상 등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조사 결과 A씨와 B씨는 서로 일면식이 없는 관계인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A씨의 폭행을 막은 사람은 그의 가족으로, A씨는 가족과 함께 산책하던 중 범행을 저질렀다. 현재 A씨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앓고 있으며 의사소통이 어려운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스마트 워치를 지급하는 등 안전조치를 취하는 한편 진술 내용 등을 토대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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