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건강 이상으로 대외활동 제약

2000년 폐암 수술 이후 건강이상설 꾸준히 제기
경영 공백 발생시 미래전략실·계열사 자율경영
  • 등록 2013-08-21 오후 3:47:55

    수정 2013-08-21 오후 3:47:55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건강이 악화된 이건희(71) 삼성전자 회장이 당분간 대외활동을 하지 못할 전망이다.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은 21일 “이 회장은 가벼운 여름 감기가 폐렴으로 발전하면서 현재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치료 중”이라며 “퇴원을 하더라도 당분간 대외활동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는 23일 열릴 예정이던 ‘신경영 20주년 기념 만찬’이 무기한 연기되는 등 이 회장이 참석할 예정이던 주요 일정이 조정될 예정이다.

◇이 회장 건강 상태는

이 회장의 건강이상설은 지난 2000년 폐의 림프종수종 수술을 받은 뒤에도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장기간 이 회장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는 건강이상설이 급속도로 퍼지곤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3년과 2004년이다. 2003년 11월 건강이상설이 나온 뒤에는 직접 신라호텔에서 휴대전화 사업부문 전략회의를 주재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2004년에는 병원 후송용 침대에 누워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정기 건강검진을 위한 입원으로 확인되면서 해프닝으로 끝나기도 했다.

올해도 지난 1월 11일 하와이로 출국한 뒤 4월 6일 귀국 전까지 약 3개월간 하와이와 일본을 오가며 해외에 머물렀다. 삼성 관계자는 “올해 초 기온이 많이 내려가면서 감기에 노출될 우려가 있어 비교적 날씨가 따뜻한 하와이와 일본에 머물렀다”며 “일본에 체류하는 동안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등 그룹 수뇌부가 일본으로 건너가 경영현안을 보고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에는 증권가 정보지에 이 회장 위독설이 돌면서 세간의 이목을 다시 집중시켰다. 당시 이인용사장은 “건강에 이상이 없다”며 “23일 만찬에서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독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건강에는 이상이 있었던 셈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 건강상태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그가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라며 “예전보다 거동하는 데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건강에 이상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고 얘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병원에서 정밀치료를 받는 것이 좋겠다는 주치의의 소견에 따라 입원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전략실·계열사 자율경영으로 공백 최소화

이 회장이 당분간 건강관리에 집중하게 됨에 따라 경영현안을 챙기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번 입원으로 경영 공백까지 우려하는 것은 기우”라고 선을 그었다.

이 회장이 국내에 머물 경우 통상 삼성 영빈관인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경영현안을 보고받는다. 하지만 경영 공백이 길어질 경우 그룹 콘트롤 타워인 미래전략실과 계열사별 자율경영으로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지난 2008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삼성은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며 “이후 2010년 경영복귀 이후 5대 신수종 사업 발표, 미래전략실 신설 등 빠른 행보를 보이는 등 이 회장 복귀 전후의 모습이 180도 달랐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그룹에 강력한 총수 리더십이 필요하다면 세 자녀의 역할이 확대된 만큼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폐렴으로 입원치료를 받으면서 건강 이상에 따른 경영공백에 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월 이 회장이 전용기를 통해 김포공항에 입국했을 때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뒷줄 오른쪽부터) 등이 이 회장의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 이데일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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