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CJ 대통 인수]④이번에도 골리앗의 저주?

CJ 파격베팅..현대건설 인수전 판박이
CJ `자존심` 현대그룹 `절체절명`
  • 등록 2011-06-28 오후 5:17:46

    수정 2011-06-28 오후 5:14:24

마켓in | 이 기사는 06월 28일 16시 47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김세형 기자] 인수합병(M&A) 판에 또다시 이변이 발생했다. 대한통운(000120) 인수전에서 CJ(001040)그룹이 포스코(005490)와 삼성그룹 동맹을 깨뜨리고 승리가 유력시 되는 것은 현대그룹이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것에 비견될 만하다. 현대그룹은 그룹의 사활을 걸고 한 것이었다면 CJ는 실리보다는 `삼성그룹의 적장자`라는 이재현 회장의 자존심이 큰 영향을 발휘했다는 것이 다르다.

대한통운 인수전은 지난 3월말 포스코와 롯데, CJ그룹이 예비입찰에 참여하면서 본격 막이 올랐다. CJ는 이때부터 최약체로 꼽혀 왔다. 포스코는 자금력에 더해 이전부터 대한통운 인수에 나섰을 정도로 의지가 강력했다. 롯데그룹도 최근 수많은 M&A를 거치면서 큰 손으로 통했다.

롯데가 금호터미널 매각을 이유로 빠질 기미를 보였지만 CJ가 포스코와 겨룰 수준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았다. 지난 23일 삼성SDS의 포스코측 합류는 CJ에게는 결정타였다. 포스코가 삼성이라는 든든한 원군은 물론 명분까지 거머쥐자 시장은 포스코를 사실상 인수자로 판단했다.

CJ측이 삼성그룹에 대해 강력 반발하긴 했으나 약자의 항변으로 치부됐다. CJ측은 입찰일인 지난 27일 오전까지도 참여 자체를 놓고 고심하는 흔적이 역력했다. IB업계는 이재현 회장의 오너십이 발휘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CJ가 그동안 보수적인 행태를 보여 온 터라 그 벽을 뛰어 넘기 위해서는 오너의 결단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그룹과의 경쟁심이 발현되지 않았느냐는 관측이 강하다.

이재현 회장은 삼성가의 장남인 고 이맹희씨가 부친이다. 당초 고 이맹희씨가 그룹 경영에 참여하다 사카린 밀수 사건 등으로 밀려 났고, 이재현 회장은 적장자임에도 삼촌인 이건희 회장이 이끌고 있는 삼성그룹과는 비교가 안되는 CJ그룹 경영에 만족해야 하는 처지다.

지금까지의 상황만을 놓고보면 대한통운 인수전은 지난해말 현대건설 인수전과 닮은꼴이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000720) 인수전에서 예상을 뒤엎는 파격 베팅으로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우선인수협상자 선정까지 갔다. 자금력에서 절대 아래였기에 감성에 호소하는 전략도 병행됐다. 그러다 본입찰에 가서는 5조5000억원을 제시, 5조1000억원을 적어낸 현대차그룹을 제쳤다. 둘 다 예상가 4조원 중반을 크게 상회하는 고액베팅이었다.

당시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이 그룹의 경영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현대상선(0112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현대건설 인수는 절체절명이었다. 현대그룹은 자금 증빙 문제로 현대건설을 현대차에 넘겨주긴 했지만 반대급부로 그룹의 경영권은 어느 정도 보장받았다. CJ그룹 역시 대한통운을 인수한 뒤 세계 일류 물류기업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대한통운을 품에 안게될 CJ그룹의 향후 행보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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