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얼마전 칠순을 맞으신 아버지 선물을 고민하다가, 휴대폰을 바꿔 드려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A이동통신사 매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진열대에 놓인 수많은 휴대폰을 보면서, 점원의 말에 따라 제품을 골라봤습니다.
"며칠전 새로 나온 폰인데 이거 어떨까요? 스크롤 기능으로 나이드신 분들도 쉽게 메뉴를 찾을 수 있지요"
"이건 어떨까요? 메모리가 1기가나 되어 많은 사진이나 음악 저장하는 분들에게 아주 좋습니다"
사실 아버지는 휴대폰으로 문자를 받아보시는 정도 일뿐 문자를 제대로 보내실 줄도 모릅니다. 엄지족이라 불리는 요즘 학생들은 한 손가락으로도 수 초내 장문의 문자를 전송하기도 한다지만, 나이드신 분들은 그렇지만은 않지요.
카메라 기능도 지금 사용하고 계시는 휴대폰으로도 처음 한 두번 써 보시더니 요즘은 잘 사용하시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MP3나 블루투스, DMB 시청, 모바일 뱅킹, 영어단어 찾기, 마이펫과 놀기 등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합니다.
아버지의 휴대폰 사용기능은 오직 전화걸기와 받기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같은 단순 기능의 휴대폰은 이제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디지털카메라가 있고 MP3플레이어가 있는데 굳이 온갖 기능이 추가된 휴대폰을 또 들고 다녀야 할까 고민하는 사람들이지요.
고기능 휴대폰은 가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30만∼40만원대는 기본이고 50만원대도 즐비 합니다. 휴대폰 교체주기를 1년 정도로 봤을 때, 고가(高價)품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이에대해 제조사와 이동통신사 측에선 소비자들이 고기능, 고가폰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소수의 사람들을 위해서 신제품을 내놓을 수는 없다는 논리죠. 전화를 걸고 받는 단순기능 휴대폰이 필요하다면 임대폰을 사용하라는 주문까지 나옵니다.
하지만, 내막을 보면 여기에는 제조사와 이동통신사의 이익 챙기기가 숨어 있습니다.
우선, 삼성전자·LG전자·팬택 등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저가폰을 만들면 이익이 남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CDMA 통신시장이기 때문에 퀄컴 칩을 사용하는데 그 특허료가 만만치 않습니다.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도 부가기능이 없는 휴대폰은 이익에 도움이 안됩니다. 단순히 전화만 걸고 받는 고객들은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는 별로 달갑지 않은 고객입니다. SK텔레콤의 경우 올 3분기 매출액중 통화료 매출은 9360억원, 무선인터넷 매출은 6700억원 이었습니다. 그만큼 부가서비스의 이익비중을 무시할 수 없다는 방증이지요.
우리나라 휴대폰 시장은 이미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시장이 되어 버렸습니다. 제조사와 이동통신사는 소비자 니즈에 맞춰 간다고 말은 하지만, 이같은 사례들을 봤을 때 이는 일부만 맞고 일부는 틀린 말입니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 손해보고 장사하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너무 이익 올리기에만 열을 올리지 말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국내에 10만원 이하 가격대의 저가폰이 나온다면 정말로 살 사람이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