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들 장비의 절반 이상이 고장 난 채 방치돼 폭우로 범람 위기를 맞았던 지난 12일에는 아무런 기능도 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물 폭탄'을 방불케 했던 폭우가 쏟아진 지난 12일 오후 4시쯤. 경기도 의정부 시내를 가로지르는 중랑천 수위가 범람을 1미터 남겨둔 4.4미터까지 올라갔다.
의정부시는 중랑천 변 주변 통반장들에게 범람 위험을 알리고 주민대피를 준비시켰다.
이렇게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의정부시 재난상황실에 설치된 중랑천 수위를 알리는 수위계 가운데 두개가 작동되지 않았다.
양주교 설치 된 수위계는 지난 1월 고장이 났지만 예산 1천만 원이 없어 수리를 못했다. 호장교는 수위를 측정하다가 고장을 일으켰다.
지난 2000년 한 대당 5000만원씩 모두 1억5천만 원을 들여 설치한 수위계가 정작 필요한 시점에서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하지만 서울 노원구가 의정부 중랑천 신의교에 설치해 놓은 장비는 정상 가동됐다.
의정부시는 장비에 결함이 있다며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수위계가 고장이 나자 시는 직원들을 현장에 배치해 목측으로 수위를 확인해야 했다. 의정부시는 뒤늦게 고장수리에 들어갔다.
비가 소강상태를 보여 중랑천은 다행히 범람위기를 넘겼지만 소잃고 외양간 고칠 뻔 했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CBS사회부 이완복 기자 leeh1025@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