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부총리, 세번째 고비도 넘기나

국민에 머리 숙여..편법 인정은 안해
청와대 재신임이 결정적..여론 `아직은 유동적`
  • 등록 2005-03-03 오후 4:21:32

    수정 2005-03-03 오후 4:21:32

[edaily 김수헌기자] 땅 투기 의혹을 받던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직접 기자들 앞에서 처음으로 사실관계를 해명했다. 국민들께 송구하고 죄송하다며 머리까지 숙였다. 편법을 할 의사가 없었지만 시비를 일으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거래과정에서 `불법`이나 `편법`이 `있었다`고 인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결과적으로 편법시비를 일으켜 유감"이라고만 표현했다. 사실 질문내용 중에 불법이나 편법을 따지는 것도 별로 없었다. 이 부총리로서는 불법과 편법여부에 대한 답변을 할 만한 질문이 없었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이번 의혹의 핵심은 현지 거주자가 아니면 땅을 매입 등기할 수 없다는 법 때문에 위장전입하거나 명의신탁하는 방법 등을 동원해 불법 또는 탈법을 했는지 여부다. 이에 대한 명쾌한 해명이 없었기 때문에 앞으로 투기의혹에 대한 국민감정이 누그러질지는 미지수다. 또 국민들의 감정이 지속된다해도 이 부총리 거취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도 짐작하기 어렵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 부총리에 대해 전폭적인 신뢰를 강조하고 있다. 이해찬 총리도 마찬가지다. 청와대에서는 경제정책은 일관성이 중요하고, 이 부총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총리는 총리대로 `국민들의 동의`를 전제로 깔기는 했지만, 이 부총리를 그대로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공개발언했다.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앞으로 경기활성화를 위해 이 부총리가 짊어지고 있는 일들을 생각하면 청와대 입장도 이해할만하다는 여론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 부총리가 고사끝에 지금 자리를 맡아 헌신하고 있는 것은 사실 아니냐"며 "이에 비하면 이번 사건은 크게 문제삼을만한 수준이 못된다"고 말했다. 설사 일부 불법이 있었을지라도 워낙 오래전 일이고, 땅을 장기보유한 것은 투기의사가 없었다는 점을 명백하게 보여주는 게 아니냐는 여론도 일고 있다. 반면 부동산과 관련해서는 `전쟁`이라는 표현까지 서슴치 않는 참여정부가 이런저런 이유를 달아 투기의혹을 받고있는 경제수장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은 국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판도 있다. 특히나 시민단체들도 일제히 부총리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앞으로 이번 사건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케한다. 이 부총리 스스로도 이번 사건초기에 감정의 혼선을 상당히 많이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에는 유지창 산업은행 총재를 만나 부총리직을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이와 관련해 기자간담회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고 인정햇다. 일부 언론은 이 부총리가 서울대 법대 동창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사퇴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비서실장은 이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아마도 이 부총리는 청와대가 생각보다 강한 어조로 재신임 의사를 확고하게 하고, 자신을 강력하게 필요로 하면서 사퇴의사를 누그러뜨린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은 3일 오전 정부부처 가운데 가장 먼저 이 부총리로부터 재경부 업무보고를 받고 매우 흡족해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이 예정에도 없이 이 부총리와 오찬을 같이하며 경제현안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청와대 김영주 경제정책수석과 재경부 김광림 차관이 비슷한 시간에 동시에 기자들에게 전했다. 재경부 업무에 대한 칭찬도 꽤많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 부총리 투기의혹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이 부총리에 대한 청와대의 신뢰가 어느정도인지 짐작케하는 부분이다. 투기의혹이라는 뜻하지 않은 폭풍을 만난 이 부총리가 바람을 잠재우고 다시 경제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 이 부총리 스스로 사건 뒤 처음 언론 앞에 나선 만큼,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전적으로 여론향방에 달려있어 보인다. 여론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해명은 했는데, 납득된 부분은 없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에서 이 부총리의 위기는 이번이 세번째다. 부총리 임명후 초기에 국민은행 자문료 문제로 한번 시비에 휘말렸다. 또 386출신들, 이정우 청와대 정책위원장과의 시장경제 논쟁에서도 힘겨운 주도권 싸움을 벌였다. 세번째 고비는 국민 감정과의 싸움이어서 이를 넘어서기가 가장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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