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선박부품업체인 케이프(064820) 계열로 편입되는 LIG투자증권이 울상을 짓고 있다. 조선업 불황으로 케이프의 실적 악화가 지속돼 추가 자금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탓이다. 오히려 새 주인의 사(私)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IG투자증권의 경영권을 확보한 케이프인베스트먼트는 다음달 중순 주주총회를 열고 신임 대표이사 선임 등의 안건을 처리할 방침이다. 임태순 케이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LIG투자증권의 새 대표로 선임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5일 케이프인베스트먼트의 LIG투자증권 인수를 공식 승인했다. 케이프인베스트먼트는 KB손해보험(002550)이 보유하고 있던 LIG투자증권 지분 82.35%를 1300억원에 매입한다.
LIG투자증권 대주주가 된 케이프인베스트먼트는 케이프의 100% 자회사다. 선박엔진 부품인 실린더라이너(실린더 내벽에 넣는 교체형 원통)를 생산하는 케이프는 조선업 불황이 장기화하자 수익성 다각화 차원에서 증권사 인수를 추진해 왔다. 이번에 LIG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특히 케이프인베스트먼트는 LIG투자증권 인수자금 중 77% 이상인 1000억원 정도를 유한책임투자자(LP) 유치와 인수금융 조달로 충당했다. 자체 자금은 30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 LIG투자증권 입장에서는 도움을 받기는 커녕 버는 돈의 대부분을 빚 갚는데 써야 할 처지다.
LIG투자증권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84억원, 올 1분기는 16억원을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케이프의 경우 지난해 105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린 LIG투자증권 실적이 연결기준으로 포함되면 관리종목 지정 탈피까지 기대할 수 있다”며 “단기 이익 실현에 집착하지 않고 중장기 비전을 수립해 경영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제대로 이뤄질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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