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우물안 거대은행

  • 등록 2004-10-13 오후 5:14:21

    수정 2004-10-13 오후 5:14:21

[edaily 김춘동기자] 내년 4월 방카슈랑스 2단계 시행을 앞두고 보험업계와 은행권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은행이 독주하는 금융산업 구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경제부 김춘동 기자는 우리 은행들이 좁은 국내시장에서 `땅따먹기`를 그만두고 국제 경쟁력 향상에 집중하라고 주문합니다. 올 재정경제부 국정감사는 방카슈랑스 문제로 시끄러웠습니다. 은행들의 일부 보험판매가 허용되면서 채 1년도 안돼 보험판매 시장의 3분2를 잠식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보험사와 보험설계사들이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설계사 대표 한 분은 "정부가 설계사들의 생존권을 박탈하고 있다"며 거칠게 정부를 탓했습니다. 같은 연장선 상에서 은행 중심의 금융산업 정책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소수 거대은행이 금융시장을 독점하면서 전체 금융산업의 붕괴를 가져오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칼바람을 맞은 은행들은 구조조정에 이은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려나갔습니다. 작년 말 총자산 기준으로 국민은행은 세계 75위, 신한지주는 89위까지 올랐습니다. 은행들은 그 과정에서 거대 점포망을 무기로, 아직 채 구조조정을 마무리하지 못한 2금융권을 빠르게 잠식해 나갔습니다. 여기에는 대형화, 겸업화를 화두로 업종간 장벽을 급속히 허물고 있는 정부의 정책도 한 몫 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은행들은 덩치에 걸 맞는 체력을 확보하고 있을까요. 체력을 키우기 위해 운동이라도 열심히 해야할텐데 실상은 어떨까요. 예상했던 대로 오히려 경쟁력은 뒷걸음질 치고 있습니다. 영국 금융전문지 `뱅커`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내 10대 은행의 총자산대비 이익률(ROA)은 0.2%로, 미국의 10대 은행의 1.9%, 영국의 1.06%에 크게 못 미쳤습니다. 우리 은행들의 생산성이 선진 은행들에 비해 10분의 1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더 큰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은행들이 운동을 게을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좁은 국내 시장에 안주해 `땅 따먹기`만 즐기고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극심한 내수부진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 은행들이 사상최대 순이익을 올렸다고 합니다. 이는 주로 수수료 인상와 예대마진 확대등 금융 경쟁력과는 무관한 이윤 지상주의 경영 덕분입니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투자은행 업무에서 얻는 수입은 4%대에 불과하고,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기업대출은 계속 줄이고 있습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취재차 미국에 갔다가 주로 한인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현지은행장 한 분을 만났습니다. 이 분은 "우리나라 은행들이 사전준비와 정보부족으로 현지영업에 실패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실제로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현지법인 형태로 남아 있는 곳은 조흥은행이 유일하고, 나머지는 본국의 지사형태로만 진출해 있습니다. 국내 은행 현지지사 관계자도 "우리나라 은행이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직접 영업을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털어놓았습니다. 반면 일본 은행들은 미국의 주류 은행으로 편입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던 금융업계 고위관계자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금융권의 국제금융 전문가들이 대거 퇴출되다시피하는 바람에 국제금융 경쟁력이 크게 약화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우리나라 금융 경쟁력의 현실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최근 이헌재 부총리도 "대형 금융회사가 합병을 통해 시장지배력은 확대되고 있는 반면 제 몫을 다하고 있느냐에 대한 우려감이 제기되고 있다", "협소한 시장에서 비슷한 영업전략을 가지고 자기 파괴적인 경쟁을 야기해 경영위험을 높이고 있다"며 은행권을 비판한 바 있습니다. 정부가 금융업무 영역을 터주고 있는 것은 좁은 시장에서의 `땅따먹기`는 이제 그만하고, 보다 넓은 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체력을 키우라는 주문일 것입니다. 다음 달이면 한국씨티은행도 출범한다고 하는데 우리 은행들이 더 늦기 전에 `우물안 거대은행`의 이미지를 벗고 `금융 몸짱`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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