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춘동기자]
지금 정치권은 소위 `굿모닝시티 게이트`로 시끄럽습니다. 여당 대표가 받은 돈의 규모가 얼마인지, 받은 절차가 적법한지의 논란에서 시작해 검찰 출두 여부, 여야의 대선자금 공개공방으로 번지다가 언론의 대형오보사건을 낳았고 여권내부의 암투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걷잡을수 없는 속도로 파장이 커지는 것을 보니 역시 `정치와 돈`관계는 민감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회계제도 선진화 등 제도개혁을 취재하고 있는 김춘동 기자는 정치자금 논쟁을 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민주 후원금 38억 편법모금..402억 모금 361억 지출`. 최근 민주당의 대선자금 공개 후 모 일간지에 실린 1면 톱기사의 제목입니다. 기사를 본 후 대선기간 편법 후원금 규모가 수 십억원에 그쳤다는 사실에 놀랐고, 겨우(?) 38억원의 편법모금 내용이 1면 톱 제목을 장식했다는 점에 다시 놀랐습니다.
과거 대선자금으로 1조원을 사용했다는 등의 소문이 파다했던 때가 있었기 때문이죠. 물론 대선자금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요구하지 않았고 공개하겠다는 이는 더더욱 없었습니다. 당시와 비교하면 우리나라도 참 많이 투명해진 셈이죠. 참여정부가 좌충우돌 혼란스러워보이지만 그만큼 투명성이 높아졌음을 반증하는 대목인 것 같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대선자금 내역은 대부분 민주당이 자체 정리한 자료이고, 영수증 등 증거자료도 없어 공개의 의미가 없다는 비판은 적절하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자금 공개는 향후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법·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진일보한 사례로 평가 할만 합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과 정치인 가운데 정치자금법과 선거법을 위반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입니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제도들이 불법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지요.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불법 정치자금 수수를 자발적으로 고백한 김근태 의원의 사례는 씁쓸하기만 합니다. 지난 24일 검찰로부터 징역 6월, 추징금 2000만원을 구형 받은 김 의원은 최후진술에서 "우리 사회는 원칙과 상식을 가지고 살아가려고 하면 아름다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추해지도록 만드는 야만이 여전히 지배하고 있다"며 "꿈과 이상을 지키려고 하면 존중받는 것이 아니라 왕따 당하고 비웃음거리가 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이미 모두가 다 아는 비밀인 불투명한 정치자금을 둘러싼 참으로 비현실적인 `제도적 기만`과의 싸움에 제가 나서고 있다는 사실만은 이 재판이 반드시 밝혀주기를 바란다"는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굿모닝게이트에 연루돼 정치생명마저 위협 받고 있는 민주당 정대철 대표 사례도 정치자금 현실의 일각을 잘 보여줍니다. 정대철 대표 사건이 언론에 불거질 즈음 한나라당 모 국회의원이 식사자리에서 "정대철 대표가 사람이 무르고 좋아서 문제가 생겼을 것으로 본다,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았을꺼다, 돈을 받았더라도 자기가 쓴 돈은 하나도 없을꺼다"고 말하더군요. 야당의원의 이 말은 정치권의 공범의식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불투명성으로 따지자면 우리나라 기업들도 만만치 않습니다. 법정관리 운명에 처해질 것으로 보이는 SK글로벌은 그 동안 관례화됐던 분식회계 사례를 대표합니다. 기업들이 회계장부를 입맛대로 조작하는 현실도 공공연한 비밀에 속하지요.
정치와 경제의 투명성은 한 사회의 전체적인 성숙도를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입니다. 특히 기업의 경우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 받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은 물론 사회 전반적인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다행히 최근 중앙선관위가 선거법과 정치자금법 및 정당법의 개정의견을 내놓았고, 민주당의 대선자금 공개를 계기로 정치자금법 개정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습니다. 기업부문에서도 정부가 제출한 집단소송제가 이미 재경위를 통과했고, 회계제도 선진화 법안들도 재경위에 제출돼 있습니다.
`회계제도 선진화방안` 가운데 핵심사항중의 하나는 주요 보고서에 CEO의 서명을 의무화하는 것입니다.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몰랐다`고 발을 빼지 못하고 직접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죠.
정치자금에 대해서도 비슷한 규정을 적용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투명성의 확보는 과거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정직에서부터 비롯됩니다. 과거의 잘못을 단죄하기 보다는 향후 투명성을 확실히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