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최현석기자] 환율이 최근 1260원대로 급등하며 보름만에 70원가량 폭등한 뒤 정부의 시장안정 의지와 전쟁개전에 따른 가수요 해소로 1250원 안팎에서 안정되고 있다.
시장참가자들은 환율이 이라크전 진행상황에 따른 유가변동 등에 영향을 받을 것이나, 비상시기인 만큼 당국의 안정의지에 절대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따라 당국의 개입이 나올 수 있는 환율 수준이 관심사가 되고 있다.
◇당국, 레벨관리보다 속도조절에 중점..투기세력에 특히 촉각
대체로 당국이 구체적인 레벨을 정해 환율을 관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는 외환당국에서도 거듭 강조하는 부분이다.
재정경제부 윤여권 외화자금과장은 21일 "외환시장 안정은 변동성이 크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며 "기본적으로 환율 움직임을 시장에 맡기되, 심리불안으로 급등락이 이뤄질 경우 스무딩 오퍼레이션 등 시장안정대책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을 일정 레벨에서 묶기보다는 급격한 변동을 제어할 것이라는 의미가 담긴 것.
이재욱 한은 부총재보도 최근 강연에서 "환율은 안정적인 것이 중요하다"며 "순식간에 올라가서 보름만에 떨어지면 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당국은 일부 역외 세력의 거래에 촉각을 곤두세운채 투기성 조짐이 나타날 경우 조기 진압한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 재경부 관계자는 "환율이 단기 급등한 것은 비정상적인 현상으로, 일부 미국계 헤지펀드들이 유입돼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 10일 공식적인 구두개입을 재개하면서 "역외의 선물환 거래 등 외환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경고, 해외의 투기세력을 지목했다. 당시 환율은 1220원대에서 1240원대까지 급등세를 보이던 시점이라 역외매수세로 촉발될 수 있는 시장 불안심리를 제어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가수요 촉발 레벨은 1차 경계대상..1265원대 주목
시장에서는 환율이 가수요나 시장불안을 촉발시킬 수 있는 특정레벨을 벗어날 경우 당국 개입을 부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래서 시장참가자들은 전고점인 지난해 10월16일의 1267.50원을 주목하고 있다. 환율이 이를 넘어설 경우 지난해 5월 수준으로 복귀한 뒤 지난해 최고치인 4월12일의 1330원 수준까지 치달을 수도 있기 때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지난 1월말 환율이 1168원까지 30원가량 급락한 뒤에는 추가하락을 지속적으로 제한받았는데, 당국이 추가 급락을 우려해 개입에 나섰다는 주장이 시장에서 제기됐었다. 이 레벨 역시 지난해 연중 저점인 1164원에 근접해 있어 하향돌파될 경우 폭락을 초래할 수도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
시중은행 딜러는 "당국이 전고점을 위협할 수 있는 1260원대에서는 가수요 촉발을 막기위해 개입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점을 들어 당국이 특정 레벨을 관리한다고 판단한다면 그 수준은 1160∼1260원 범위의 100원 규모 박스권이 될 듯하다.
◇불가피한 추세상승은 거스르지 않을 듯
다만, 환율상승이 불가피한 추세로 인정될 경우에는 당국이 이를 시간을 두고서라도 허용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외국계은행 한 딜러는 "전고점을 감안, 1265원 수준은 막을 것이나, 투기성 매수가 아닌 실수요에 의한 상승일 경우 강력한 저지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예상은 최근 당국의 움직임을 통해서도 감지할 수 있다. 지난 10일까지 당국은 시장개입에 섣불리 나서지 않았는데, 이는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신용등급 하향이라는 재료까지 당국이 누르는 것은 무리수라는 판단이었던 것. 결국 그날 당국은 무디스가 당분간 등급을 유지할 것이란 입장을 파악한 뒤에야 장막판에 개입에 나섰다.
당시 시장에서는 당국이 10억달러 규모의 직접적인 매도 개입에 나섰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한은 역시 외환시장 안정 조치 결과로 지난 15일 현재 외환보유액이 전월말대비 4억5200만 달러 감소했다고 시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