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2인분에 상추 3접시씩...돌겠다"

가뭄·장마에 물가상승률 역대 최고 전망
  • 등록 2022-07-13 오전 11:19:06

    수정 2022-07-13 오전 11:19:06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오락가락한 날씨 탓에 채솟값이 들썩이고 있다. 두 배 이상 급등한 품목이 적지 않는 가격이 내려가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자영업자들 역시 한숨을 내쉬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13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는 급등한 채소 가격에 울상인 자영업자의 글이 여럿 올라와 있다.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A씨는 “고기 2인분에 상추 2접시, 3접시씩 먹으면 돌아버린다. 상추 1박스에 15만 원씩 하니 눈치를 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맘때쯤 원래 금상추인데 올해는 더 한다”고 토로했다.

샐러드 카페를 운영 중이라는 B씨는 “빠른 장마로 인해 채소 가격 폭등이 작년보다 빠르게 시작됐는데 예상은 했지만, 지난주 대비 2~3배 뛰어 올랐다”며 “중매상분께서 말씀하시길 아시는 다른 사장님은 이럴 때 그냥 휴무 들어가신다고 하더라. 이럴 땐 쉬는 게 나을까요? 야채도 너무 더워서인지 금방 물러지고 이김에 쉬어가야 하는지 고민이 많이 된다”고 하소연 했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
갈빗집을 운영한다는 C씨 역시 “이렇게 야채가 비쌀 땐 손님들이 더 먹는다. 한 테이블에 4접시는 기본으로 먹는다. 며칠 전 상추 1박스에 9만 원 줬는데 당장 내일은 어떨지 모르겠다. 치솟는 가격에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매출은 상승했으나 물가 상승 폭이 워낙 커서 실매출은 줄었다고 한탄했다. 일부 자영업자는 “차라리 지금이라도 텃밭에 상추를 심어야 하나 생각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치솟는 채소 가격은 자영업자 문제만이 아니었다. 손님들 역시 불만인 건 마찬가지였다.

해당 카페의 회원 D씨는 “웬만한 건 벌점도 후기도 안 남기는 편이다. 족발이 먹고 싶어서 시켰는데 배달온 거 보니 배추 3장, 깻잎 5장뿐이더라. 이해는 하지만 상추값이 너무 올라서 못 준다고 공지라도 해주면 안 되느냐. 그럼 상추쌈 좋아하는 저로선 마트에서라도 사왔을 텐데…”라는 글을 남겼다.

또 다른 회원 E씨는 “상추가 비싸다는 글을 봤는데 족발을 배달비 포함 3만7000원에 주문했는데 상추가 달랑 3장이 왔다”며 황당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사진=농산물유통정보 홈페이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전국 도매시장 청상추 평균 가격은 지난 12일 기준 4kg당 6만7800원으로 평년보다 149.1% 급등했다.

이 추세라면 7~8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8%대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금까지 폭염일수가 가장 많았던 2018년은 8월 농축수산물 상승률(전년 동월대비)이 4.6%에서 9월 8.6%로 4%포인트 뛰었고, 두 번째로 폭염일수가 많았던 2016년에도 8월 0.5%에서 9월 9.1%로 한 달 새 8.6%포인트나 상승했다.

지난달 30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여름철 주요 채소류 수급 전망 및 대책’을 발표하면서 “기온 상승으로 저온성 작물 생육이 느려져 생산량이 감소할 수 있고 장마 기간에 일조량 감소로 생육이 지연될 수 있다”며 “노지 채소도 생산비가 커져 가격이 점차 상승하게 된다”고 밝혔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상추와 깻잎 등은 주로 하우스 시설에서 재배되는 만큼 비가 오더라도 작업에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생육에 적당한 온도가 15~20도로 낮아 여름철엔 수확량이 줄어든다.

여기에 평년 55% 수준이었던 올해 누적 강수량은 장마 일주일 만에 70% 수준으로 올랐고, 최근 무더위까지 겹치면서 품질까지 떨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정부는 상추·깻잎 등에 대한 수급 상황 점검에 나섰다.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지난 11일 충남 금산군 소재 상추 깻잎 재배포장 유통시설을 찾아 작황 상황을 점검했다.

김 차관은 “생산부터 가공까지 체계가 잘 구축된 산지유통센터를 확대하는 등 생산 유통에 대한 정부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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