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채권·부동산시장, 금리인상에 `전전긍긍`

미 국채가격, 2분기 하락폭 24년래 최대
부동산경기 거품론도 잇따라 제기
  • 등록 2004-06-30 오후 3:11:52

    수정 2004-06-30 오후 3:11:52

[edaily 하정민기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미국 채권시장과 부동산시장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금리인상이 기정사실화 하면서 채권과 부동산 가격 하락속도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금리인상 영향이 상당부분 반영된 주식·외환시장과 달리 채권과 부동산시장은 심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30일 보도했다. 금리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곳은 역시 채권시장. 29일 미국 채권시장에서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장중 한때 4.75%까지 올랐다. 지난 4월 초만 해도 10년물 국채수익률은 3.84%에 불과했다. 불과 두 달 사이에 1%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이를 반영하듯 2분기 미국 국채의 가격하락폭은 1980년 이후 24년래 최고라는 분석도 나왔다. 채권시장의 주요 투자지표인 리만브라더스의 미국 채권지수는 올해 2분기에 3.77% 급락했다. 이같은 하락폭은 1980년 3분기 4.58% 이후 최대다. 향후 채권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많다. 미국 채권시장협회(MBA)는 월가 30개 투자은행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통해 "10년물 국채수익률이 9월 말까지 5%대로 올라설 것이며 내년 중반에는 5.5%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클레이즈캐피탈의 존 로버츠 매니저역시 "채권가격 추가하락을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상당한 호황을 구가했던 미국 부동산시장도 금리인상에 간담이 서늘한 상태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시장이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는 상당한 우려를 낳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 부동산시장은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해 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부동산가격이 하락한 전례가 없었고 미국 가계가 모기지 대출 부담을 감당할 만큼 경기회복이 강건하다는 논리가 줄곧 뒤따랐다. 그러나, 아직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부동산 시장에 대해 비관적 시각을 가지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HSBC의 이안 모리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부동산 시장은 고평가 상태에 진입했으며 금리인상으로 향후 집값 하락이 예상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미국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지 않았다는 명제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1975년, 1979~1982년, 1989~1994년 등 세 차례나 하락한 예가 있다"고 반박했다. 모리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부동산가격이 가계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비싼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가계소득대비 집값비율이 3배를 넘으면 부동산경기가 과열이라 칭할 수 있는데 미국의 상당지역이 이미 3배를 넘어섰다는 것. 50개주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 집값은 가계소득의 6.4배, 워싱턴 DC에서는 5.8배에 달한다. 그 외 콜로라도, 코네티컷, 버지니아 등도 집값이 너무 비싸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에서 신규 주택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과열의 마지막 증거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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