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10배 폭등…일손 놓을 판" 거리에 선 건설기계 노동자들

중국發 요소수 품귀 사태 여파 현실화
가격 10배 치솟고 건설기계 장비 멈춰서
"빠르면 일주일 내에 보유 요소수 바닥"
  • 등록 2021-11-09 오후 1:18:43

    수정 2021-11-09 오후 1:18:43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중국 발(發) 요소수 품귀 현상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정부의 늑장 대응을 비판하고 나섰다. 요소수 대란으로 시중에서 요소수 값은 10배 이상 폭등했으며, 이마저도 조만간 동이나 전국 건설 현장의 장비들이 모두 멈춰 설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전국건설노동조합 노조원들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건설기계 요소수 문제 정부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이소현 기자)
전국건설노동조합은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건설기계 요소수 폭등사태 정부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1만원도 안하던 요소수가 10만원 넘게 치솟았다”며 “요소수를 자체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특수고용직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그나마도 요소수를 구할 수 없어 일손을 놓을 판”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건설노조는 “유로6 엔진을 탑재한 차량 10대 중 3대는 이미 운행중단을 경험했다”며 “하루에 요소수 10ℓ를 쓰는데 7~12일 내로 남은 양이 소진돼 건설 현장 장비들은 멈춰 설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도 요소수 품귀 사태의 여파는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건설노조가 지난 7~8일 이틀간 조합원을 대상(253명 응답)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32.4%는 요소수 문제로 장비 가동을 못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인터넷 등을 통한 해외 직구를 시도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43.5%에 달했다.

덤프, 굴착기, 레미콘, 펌프카 등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100~200ℓ의 경유(39.1%)를 쓰는데 이에 필요한 요소수는 10ℓ 정도다. 건설노조는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한 달에 20일 정도 일을 하면, 한 달에 10ℓ 요소수가 최대 20통에서 평균적으로 12~13통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정도 양이면 하루(35.6%)나 2~3일(33.6%)이면 동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요소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1만원대 이하로 구매할 수 있었던 요소수는 최근 3~5만원(29.6%)으로 올랐으며, 10만원 이상(6.3%) 웃돈을 주고 사기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설노조는 “그나마도 요소수를 못 구해 10명 중 7명은 장비 가동을 못 하고 있다”며 “현장 노동자들은 빠르면 일주일, 평균적으로 12일이면 보유하고 있는 요소수가 바닥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건설기계 요소수 문제 정부 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텅빈 요소수 통이 놓여있다.(사진=이소현 기자)
실제 요소수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수도권에서 레미콘을 운행하는 김봉현 기사는 “요즘 요소수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라며 “5~10배 이상 올랐는데 그마저도 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건설현장과 레미콘 노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요소수를 나눠쓰고 있지만, 열흘을 못 넘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코로나19로 힘든 와중에 요소수 품귀현상에 따라 특수고용직인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생계에 직격탄을 입었다. 서울과 경기권에서 덤프트럭을 운전하는 김정석 기사는 “1억5000만원 되는 덤프트럭을 한 달에 250만원씩 할부로 부담하고 있는데 2~3일이면 요소수가 동이 난다”며 “덤프트럭을 운행하지 못하면 가정 생계가 멈춰서는 데 할부를 메우지 못해 차가 압류되거나 경매에 넘어가지 않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탄소 중립’을 표방한 정부 정책의 엇박자도 도마에 올랐다. 이영철 건설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은 “10년 이상 넘은 장비를 현장에서 퇴출하고 유로6 엔진을 적용한 새 장비만 투입하는 등 정부의 배기가스 규제 정책을 충실히 따랐다”며 “조달청에서 비축물자를 관리하면서도 수입의존도가 높은 요소는 건설현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데 쏙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서울과 경기에서 펌프카를 운행하는 안재관 기사는 “펌프카 1대에 필요한 요소수는 200ℓ이며, 수도권에서만 70만ℓ, 전국적으로는 180만ℓ가 필요하다”며 “최근 뉴스에서 정부가 요소수 2만여ℓ를 수입하는데 성공했다고 하는데 정부의 무능함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있어 쓴웃음이 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탄소중립을 외치면서도 요소수 정책을 세우지 못해 현장의 건설기계가 멈춰 설 위기에 놓였다”며 “덤프, 굴착기, 레미콘, 펌프카 장비들이 운행이 멈춘다면 건설기계 노동자뿐 아니라 수백만명의 현장 근로자 모두가 생계 위협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노조는 “정부가 요소수 대란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면 마지막 남은 요소수로 정부종합청사, 국회, 청와대 앞까지 장비를 몰고 온 뒤 그 자리에서 멈춰 설 것”이라며 △요소수 공급 해결 △요소수 매점매석 규제 및 처벌 △요소수 부족으로 운행이 중지된 건설기계 노동자 구제방안 마련 등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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