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워싱턴에서 ‘종전선언’ 기싸움…주미대사 “美 진지 검토”

서훈-설리반 회동 이후 美 '종전선언' 언급 無
野 "미국 관심없는데 文정부 밀어붙이는 거 아니냐" 비판
"종전선언,北에 핵개발 명분 줄 것"vs"평화 위한 관문"
  • 등록 2021-10-14 오전 11:36:47

    수정 2021-10-14 오전 11:36:47

이수혁 주미대사가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한미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임하고 있다. (사진=연합 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종전선언을 놓고 여야 의원이 갑론을박을 펼쳤다. 이수혁 주미 대사는 미국이 종전선언에 대해 매우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논쟁의 핵심은 종전선언 제안에 대한 한미간 이견차 여부였다.

김홍걸 무소속 의원은 종전선언에 대해 “북측에서는 조건부라지만 반응이 나오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원론적 반응만 나온다”고 지적했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등이 종전선언에 대해 관심을 보이면서 적대시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것에 대해 미국측에서는 “우리는 북한에 대해 어떤 적대적 의도도 품고 있지 않다”라는 답만 하고 있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 대사는 이에 “어떻게 종전 선언 문제에 접근하느냐에 대해 (미국 측과) 매우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고, 목적과 의도, 영향력에 대해 심도 있게 한미 양국 간 고위층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종전 선언의) 여러 합목적성을 미국 정부도 충분히 이해한다고 본다”며 “채택과정 또는 채택 후 문제점 등 실효적 측면에 대해 미국이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의원들은 미국이 종전선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의 회동에서 미국 측이 우리 정부의 종전선언 구상에 대해 진전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을 지적했다. 태 의원은 “백악관 국가안보실(NSC) 보도자료에는 종전선언이라는 단어 자체가 안 나온다”며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를 향해 연속으로 종전 선언을 어필하는데 아직도 미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을 지지한다는 입장 발표가 없다”며 분명한 시각차를 보여준다고 했다.

같은 당 박진 의원 역시 “어제 서 실장과 설리번 보좌관 면담에 대한 백악관 브리핑을 보면 종전선언은 없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기술과 공급망, 보건의료 등 미국이 관심이 있는 분야만 강조했다”면서 “미국 정부는 종전선언에 대해 회의적이고 대외정책의 우선순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종전선언이 오히려 북한 핵 개발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며 “종전선언은 북한 비핵화의 입구가 아닌 출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은 반박에 나섰다. 김 의원은 추가 질의에서 “종전선언은 상황이 좋아져서 하려는 게 아니라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를 멈추게 하고 북·미 양측이 협상 테이블 나오도록 긍정적 방향으로 갈 수 있게 만들기 위해 활용하자는 것”이라면서 “만병통치약이 아니라 수단이고 과정이라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종전선언을 하려는 이유는 한반도 주변의 평화가 약하기 때문에 남북·미·중이 모여서 국제적으로 약속하자는 취지”라면서 “정부는 종전선언이 정치적 선언이고 입구라고 하는데, 일각에서는 출구라는 정반대 이야기를 한다. 이 부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사도 이같은 의견에 동의하며 “(종전선언이 입구) 평화 협정이 출구인 것이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마지막 단계가 평화 협정”이라며 “차기 정부를 위해 지금 정부가 남은 6개월 동안 (대화의) 기반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에서도 이걸 추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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