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스캔들` 주역, 패트리샤 던 의장 사퇴

  • 등록 2006-09-12 오후 11:28:45

    수정 2006-09-12 오후 11:30:53

[뉴욕=이데일리 하정민특파원] 불법 통화내역 조사 스캔들로 불명예 퇴진 위기에 놓인 휴렛패커드(HP)의 패트리샤 던 이사회 의장이 결국 사퇴했다.

휴렛패커드 이사회는 12일(현지시간) 내년 1월 던 의장이 사임하고 마크 허드 HP 최고경영자(CEO)가 이사회 의장 직을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던 의장은 최근 언론에 이사회 정보를 흘린 내부자를 색출하는 과정에서 신분을 위장한 뒤 특정 정보에 접근하는 `프리텍스팅(pretexting)`이라는 자료수집 방식을 사용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담당, 거센 사퇴 요구를 받아왔다.

이에 대해 그녀는 "사퇴할 의사가 없지만 이사회에서 요구한다면 물러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HP는 지난해 이사회 회의 내용이 계속해서 언론에 유출되자 외부 업체를 고용해 이사들의 통화 내역을 조사했다. 조지 키워스 이사가 정보 유출자라는 것을 밝혀낸 HP 이사회는 키워스에게 이사직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키워스는 정보 유출을 시인하면서도 이사직 사임 요청은 거부했다.

이 와중에 키워스의 사임 문제를 둘러싸고 또다른 이사인 톰 퍼킨스가 패트리샤 던 의장의 문제 처리 방식을 놓고 반발해 회사를 떠났다. 전설적 벤처 투자가이기도 한 퍼킨스는 이사직 사임 이후 자신의 통화 기록이 HP에 의해 해킹당했다고 주장했다. 퍼킨스가 HP를 강력 비난하기 시작하면서 사건은 점차 `HP 스캔들`로 번졌다.

파문이 확산되자 미국 감독당국도 조사에 나섰다. 결국 HP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사설 탐정을 고용해 이사진과 9명의 기자들의 통화 기록을 입수한 사실을 시인했다.

프리랜서 기자 출신인 던은 바클레이즈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했으며 지난 1998년부터 HP 이사회에 몸을 담았다. 그는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미국 재계의 여걸인 칼리 피오리나 전 CEO가 HP에 영입되고 축출되는 과정을 지켜봤지만 이제는 자신도 HP 이사회 의장직을 물러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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