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순천 10대 살인범, 술 취해 기억 안 난다? 말도 안 돼”

이수정 교수,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
“앞뒤 맞지 않는 행동 많고, 살인사건 전형서 벗어나”
“합리적 도주 후 재차 문제 일으켜…인사불성 아냐”
“최근 살인 예고글 영향 받았는지도 심층 분석해야”
  • 등록 2024-10-02 오전 10:53:56

    수정 2024-10-04 오전 11:20:26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전남 순천에서 1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박대성(30대)이 “소주를 네 병 정도 마셨다. 범행 상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가운데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말이 안 되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순천 거리에서 10대 여성을 별다른 이유 없이 흉기로 살해한 혐의(살인)로 구속한 박대성(30)의 이름, 나이, 사진 등 신상정보를 지난달 30일 공개했다. (사진=전남경찰청)
이 교수는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박대성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들이 너무 많고 기존 살인 사건의 전형에서도 좀 벗어난 부분이 있다. 그래서 더 신중하게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술을 4병이나 마신 것은 인사불성이라는 이야기인데 (박대성이) 도주하는 행위를 보면 목격자가 나타난 (곳으로부터) 반대 방향으로 굉장히 합리적으로 달아난다”며 “또 일정 기간 도주 후 여유롭게 행동하며 다른 술집으로 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과가 많은 사람들이 반사회적으로 벌이는 범죄가 있기는 하지만 사건이 일어난 난 뒤 은둔하거나 도주하는 식으로 행위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사람(박대성)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술집을 찾아가 재차 문제를 일으킨다”며 “여러 번 (피해자를) 공격하는 과정이 있었기에 (범행이) 기억나지 않고 인사불성이 된 사람의 행위로 보기는 어려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교수는 박대성이 폭력 전과가 있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이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 도대체 어떤 종류의 SNS, 인터넷 정보에 노출됐었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인터넷에서 마치 경쟁하듯 살인 예고 글, 묻지 마 테러 예고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며 “폭력적이고 전과도 있는 사람이 (인터넷 살인 예고 글 등에) 장기간 노출돼 ‘내가 남들에게 보여줄 만한 기록적인 행위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흉기를 든 채 집에서 나온 것이라면 (범행 후) 박대성의 웃는 표정이 해석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박대성의 진술 내용에 대해 “그전에도 술을 마셔 면책을 받아본 적이 있고 술을 마셔서 그과 같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는, 사법제도 내에서 ‘나는 절대 사형 같은 건 선고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한 모습”이었다며 “사법제도가 과연 이런 사람들에게 제지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굉장히 의문이 드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과가 중요한 단서가 되는 것이 무슨 말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예컨대 문신을 한 과정이나 반사회적 태도를 갖게 된 경위 등이 해명돼야 한다”며 “(SNS를 비롯한) 과거력을 다 뒤져볼 필요가 있겠다”고 덧붙였다.

박대성은 지난달 26일 0시 44분께 순천시 조례동 거리에서 일면식 없는 10대 A양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음주 상태였던 그는 범행 직후 거리를 돌아다니다 행인과 시비를 붙기도 했으며 같은 날 3시께 경찰에 붙잡혔다.

조사 결과 박대성은 자신이 운영하는 배달음식점 안에서 흉기를 챙겨 밖으로 나온 뒤 인근을 지나던 A양을 800m가량 쫓아가 범행했다.

그는 정확한 범행 동기는 진술하지 않은 채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장사도 안돼 소주를 네 병 정도 마셨다. 범행 상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는 “(사건 당시) 소주를 네 병 정도 마셔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증거는 다 나왔기 때문에 (범행을) 부인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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